한국수력원자력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기자재 공급과 건물, 구조물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 자회사인 ASE의 부사장이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분야 수출”이라며 국내 원전업계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은 1200MW(메가와트)급 러시아형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총 300억 달러(약 39조원) 규모 사업이다. 러시아 ASE사가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NPPA)으로부터 수주했다. ASE는 지난해 12월 원전 기자재 공급과 건물, 구조물 건설 사업(2차측 건설 사업)과 관련해 단독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번 계약으로 한수원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엘다바 원전 4기와 관련된 80여개의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 등을 공급하게 된다.
산업부는 윤석열 정부의 2030년까지 원전수출 10기 목표 선언 이후 최초의 수주성과로 향후 체코·폴란드 등 중점 수주대상국에 원전수출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금번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인 성과”라며 “원전 정책의 변화와 강력한 수출 추진 의지가 계약 성사에 기여한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9월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100여개 기업이 납품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이 2017년부터 사업개발에 착수, 지난해 12월 ASE사로부터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성과로 홍보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원전 수출’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전 핵심시설은 원자로 계통(1차 계통)인데 그건 러시아가 보급하고, 우리는 터빈 건물 등을 짓는 것”이라며 “그걸 원전수출이라고 하면 안 된다. 전기차가 아닌 배터리를 해외에 팔아놓고 전기차 수출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미래 대표도 “한국이 원전을 수주한 게 아니라 시공사로 들어가서 원전 건설 시공을 일부 수주한 것”이라며 “원전을 수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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