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빈발 등 이상기후로 농업도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해야 하게 됐다. 재배 과정에서 탄소를 덜 배출하고, 가뭄 저항성이 큰 작물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인류는 과거 6000종이 넘는 작물을 재배했다. 하지만, 지금 세계인은 칼로리의 절반을 쌀, 밀, 옥수수 등 세 종에서 섭취한다.
단일 품종 재배(단작)는 작물을 가뭄과 병충해에 취약하게 하고, 지력을 잃게 한다. 특히, 잦은 경운(밭갈이)으로 흙 속에 가둬졌던 탄소가 배출되는 것도 문제다.
뜨거운 날씨에 강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작물이 주목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소개했다. 더운 지방에서 재배됐다가 근대 이후 버려졌거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개량된 품종이다. 친환경 농업단체 ‘유토피아 시드 프로젝트’의 크리스 스미스는 “품종 90%를 잃은 것보다 더 슬픈 것은 다양한 작물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를 우리가 모른다는 데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씨앗부터 잎까지 아마란스는 버릴 게 없는 작물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랜 기간 먹어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뭄에 튼튼한 한해살이 작물이다. 잎에서 씨앗까지 다 먹을 수 있어 버릴 게 없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야채로 먹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퀴노아처럼 씨앗을 먹었다.
아마란스 잎은 볶아 먹고, 씨앗은 구워서 꿀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다. 아스텍, 잉카 문명을 침략한 스페인 사람들이 ‘불경한 음식’이라며 아마란스의 재배를 막았지만, 다행히 살아남아 지금은 유럽의 주방에도 진출했다. 우크라이나가 아마란스의 최대 생산국이다. 국내에서도 2013년 강원 평창에서 대규모 재배에 성공했다.
세네갈의 한 농부가 수확한 포니오를 들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아프리카에서 ‘추장과 왕의 음식’으로 불렸던 전통 작물이다. 쿠스쿠스나 퀴노아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난다. 혈당이 낮고 글루텐이 없어 현대인의 기호에도 맞다.
포니오는 긴 뿌리를 가지고 있어서 2~3m 지하의 물을 빨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뛰어난 가뭄 저항성을 갖고 척박한 땅에서도 죽지 않는다. 유럽인들은 한때 포니오를 ‘배고픈 쌀’이라고 불렀지만, 2018년 이탈리아 오바푸드 등 유럽 기업도 앞다퉈 포니오를 들여오고 있다.
동부콩은 뿌리 결절이 대기의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많은 비료가 필요하지 않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서부 아프리카에서 식용으로 재배되다가 북미로 건너가 가축 사료용 작물이 됐다. 씨앗은 물론 잎에도 단백질이 많아 여전히 식용으로 쓸모가 많다. 나이지리아가 최대 생산국이다. 가뭄에 매우 강해서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대표 작물이다.
우리나라 토란과 비슷한 열대 지방의 뿌리식물 타로.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동남아시아와 폴리네시아 등 태평양 열대 지방에서 주식으로 이용된 뿌리 작물이다. 우리나라 토란과 비슷하다. 온대 지방에서도 타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에서는 다년생 타로를 일년생으로 개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캔사스주의 지속가능 농업을 연구하는 랜드연구소에서 재배되고 있는 컨자. 이 연구소는 최근까지도 컨자를 개량하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밭을 갈면 흙 속에 격리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깊은 뿌리가 흙을 고정해 탄소를 잡아두고 여러 해를 사는 작물일수록 기후위기 시대에 유리하다. 미국의 지속가능 농업 연구단체인 ‘랜드연구소’가 개발한 컨자는 밀과 달리 다년생 작물로 3m 되는 뿌리를 갖고 있다.
컨자는 밀 농사에 비해 비료가 적게 들고, 토양을 건강하고 비옥하게 만든다. 한 번 심으면 5년 연속 곡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2016년부터 컨자 밀을 이용해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