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40여개 기후단체가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삼성그룹에 석탄 관련 자산 완전처분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기후솔루션, 선라이즈프로젝트 등 44개 국내외 기후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과 주요 간부들에게 이런 취지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단체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삼성의 모든 금융 자회사들이 포괄적인 탈석탄 금융 정책을 수립해달라는 게 첫번째다. 스탠다드차타드나 싱가포르개발은행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처럼 삼성그룹도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에 따라 석탄 자산을 ‘손절’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둘째는 삼성의 국내 공급망과 운영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아르이(RE)100’ 달성을 주문했다. 아르이100은 기업이 쓰는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으로, 지난 2월 기준 구글과 애플, 제너럴모터스, 이케아 등 전세계 349개 주요 기업이 가입해 있다. 국내 기업은 에스케이그룹 계열사 8곳과 엘지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등 14개 정도에 불과하다.
기후단체들은 또 삼성그룹에 바이오에너지 원료 사업 철수 및 팜유 생산·무역 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청했다. 삼성물산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후단체들은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쓰이는 바이오매스가 화석연료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세계 곳곳에서 산림파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단체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매니저 케이트 데안젤리스는 “전세계 기업과 정부가 진지하게 기후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삼성과 다른 기업들은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전세계가 이들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은 “삼성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큰 도약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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