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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유연휘발유 납 때문에 아이큐 낮아졌다”…66~75년생 가장 영향

등록 2022-03-14 15:26수정 2022-03-14 15:34

납휘발유 1923년 도입돼 1996년 금지
인구 53% 이상 혈중 납농도 기준 넘어
66∼75년생 지능지수 5.7∼5.9점 감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노킹 현상을 막으려 휘발유에 첨가됐던 납이 미국인들의 아이큐(지능지수)를 모두 8억여점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와 플로리다대 공동연구팀은 14일 “유연휘발유 배기가스에 포함된 납이 사람들의 건강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아이큐 감소 추세를 추계한 결과, 2015년 기준 미국인 전체 인구의 아이큐가 모두 8억2400만점 낮아졌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73/pnas.2118631119)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1923년 테트라에틸납을 휘발유에 섞으면 자동차 노킹 현상이 방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연휘발유는 곧 시장을 지배했지만 납은 맹독물질이어서 사회적 논란 끝에 미국에서 1996년 유연휘발유 사용이 금지됐다. 우리나라도 1987년부터 휘발유차에 삼원촉매장치를 설치하게 하고 1993년에는 유연휘발유 판매 자체를 금지했다.

납은 신경독성물질로 몸속에 들어오면 뇌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특히 뇌 발달을 저해하고 인지능력을 낮추는 납의 위해성에 취약하다. 인간의 뇌는 나이에 상관 없이 납을 조절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논문 공저자인 아론 루벤 듀크대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생은 “납을 먼지로 흡입하거나, 음식으로 먹거나, 납이 섞인 물을 마시면 혈관에 침투한다. 혈관에서 납은 혈뇌관문을 통과해 뇌로 들어갈 수 있다. 혈뇌관문은 많은 독성물질이나 병원체를 걸러내지만,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납의 주요 혈관 침투 경로는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연구팀은 1996년 이전에 태어난 미국인이 뇌의 조기노화 등 납 관련 건강에서 큰 위험에 놓였을지 모른다는 전제 아래 유연휘발유의 70여 년 사용이 건강에 어떤 영구적인 흔적을 남겼는지 해답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의 혈중납농도(BLL) 조사 데이터와 유연휘발유 소비량, 인구총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2015년 현재 생존 미국인들의 어린 시절(1∼5살) 납 노출 정도를 파악했다. 또 이 자료를 바탕으로 유연휘발유 배기가스 노출에 의한 아이큐 점수 감소를 추계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마이클 맥파랜드 플로리다대 사회학과 교수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우선 2015년 기준으로 총 인구의 53% 이상인 1억7천만여명의 어린 시절 혈중납농도가 임상 안전기준치(5㎍/㎗)를 넘었다. 어린 시절 혈중납농도가 안전기준치 이상인 경우 아이큐 점수를 낮추거나 뇌 크기 감소, 정신질환 발병 가능성, 성인기의 심혈관질환 등 다른 장기적인 건강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10㎍/㎗ 이상은 1억여명, 15㎍/㎗ 이상은 5400만여명이었다. 30㎍/㎗ 이상도 450만여명이나 됐다. 미국에서 혈중납농도 임상 안전기준치는 2021년 11월 3.5㎍/㎗로 강화됐다.

유연휘발유 소비는 1960년대 초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1970년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이 20여년 동안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치명적인 수준으로 노출된 것이 확인됐다. 1951~1980년 사이 태어난 사람들의 90% 이상이 5㎍/㎗ 이상인 반면 2001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5㎍/㎗ 이하였다. 1966∼1975년생이 가장 심해 100% 안전기준치를 넘었다. 이에 비해 2011년 이후에 태어난 경우 안전기준치를 넘은 사람은 1%에 불과했다.

훨씬 놀라운 것은 납이 지능에 끼치는 영향이다. 연구팀은 “추계 결과 어린 시절 납 노출은 미국인들의 아이큐를 대략 8억2409만7690점 둔화시켰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총인구(3억1800만명)로 나누면 1인당 2.6점 낮아진 셈이다. 유연휘발유 소비가 가장 많았던 시기인 1966~1970년생(2080만여명)이 가장 높아 평균 5.9점 감소, 다음은 1971~1975년생 5.7점, 1961~1965년생 4.8점 등이었다.

연구팀은 “아이큐 몇 점이 낮아지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인지능력이 평균보다 낮은(아이큐 85점 미만) 사람들이 지적 장애(70점 미만)로 분류될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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