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장관이 지난해 3월26일 충청북도 옥천군에 소재한 ㈜에코크레이션을 방문하여,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설에 투입되는 폐기물과 생산된 열분해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기름을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열분해유’라고 부르는 이 기름은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이면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데, 그동안은 이를 가능하게 할 법이 없었다.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오는 4일부터 40일 간 입법 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개정된 시행규칙을 보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재활용 가능 유형에 ‘석유·석유화학 제품의 원료 용도’가 추가된다. 기존 시행규칙에서는 열분해유를 연료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열분해유는 주로 보일러 등의 연료로 쓰였고 현대오일뱅크, 에스케이지오센트릭, 지에스칼텍스 등 일부 기업만 규제 샌드박스(일정 조건 하에서 시장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를 통해 열분해유의 석유화학제품 활용을 위한 실증특례를 진행 중이었다.
다만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제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석유와 석유제품의 정의를 규정한 현행 석유사업법 2조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관련된 항목은 없기 때문이다. 이 법까지 개정되면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 공정에 투입해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게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이번 시행규칙에는 열분해유 추출 과정에서 나오는 합성가스를 수소차 충전에 활용하기 위한 항목도 추가됐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며 발생하는 합성가스에는 수소와 메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추출·개질 등의 방식으로 수소 연료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은 이를 위한 법 규정이 없었는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이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시행규칙에는 소각시설로 규정된 열분해 시설을 재활용 시설로 변경하고 열분해 시설 특성에 맞는 설치·관리 기준도 제시됐다.
환경부가 이처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할 제도를 정비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방안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기준 플라스틱류 발생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했고 비닐류 발생량도 9%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정비를 계기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재활용 고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재활용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 열분해”라며 “그런 만큼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화’를 이루고 재활용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덜 나오도록 더욱 발전된 재활용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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