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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폐광 쓰레기 널린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또 광산이라니…

등록 2021-09-30 16:35수정 2021-10-01 02:39

산림청,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광산개발 허가 논란
해당 부지엔 폐광 이후 남은 각종 쓰레기 방치 중
녹색연합 “쓰레기 널린 곳에 또 개발…보호구역 맞나”
산림청 “불법적인 요소 없어…쓰레기 규모 확인 중”
지난 29일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해당하는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 부지의 모습. 과거 광산개발 사업 이후 남은 것으로 보이는 시멘트 건물과 드럼통이 방치되어 있다. 녹색연합 제공
지난 29일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해당하는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 부지의 모습. 과거 광산개발 사업 이후 남은 것으로 보이는 시멘트 건물과 드럼통이 방치되어 있다. 녹색연합 제공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해당하는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 부지에 산림청이 광산 개발 허가를 내준 사실이 알려져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 부지에서는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광산 개발이 이뤄진 바 있는데, 당시 발생한 쓰레기도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녹색연합과 산림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월 엠케이(MK)광산개발산업은 이 부지에 도로경계석 등으로 쓰이는 장석을 캐는 광산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산림청 산하 영주 국유림관리소에 국유림 사용 허가 신청을 냈다. 산을 깎지 않고 땅을 파는 ‘굴진채굴’ 방식이다. 영주국유림 관리소는 ‘산지관리법’과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광산 개발 허가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지난 8월 엠케이광산개발산업 쪽에 국유림 사용 허가서를 교부했다.

사업이 추진되는 부지는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산지로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속한다. 백두대간보호법에 따르면 산림청장은 백두대간 중 생태계·자연경관·산림 등에 대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환경부장관과 협의해 보호지역으로 정할 수 있다. 보호지역은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으로 나뉘는데 해당 부지는 핵심구역을 지키기 위한 ‘범퍼’ 역할을 하는 완충구역이다. 녹색연합은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백두대간은 디엠지(DMZ), 해안림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생태축이지만 실상은 참담하다”며 “광산 개발 등이 허용돼 무늬만 보호지역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지난 29일 촬영된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에 버려진 폐호스. 녹색연합 제공
지난 29일 촬영된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에 버려진 폐호스. 녹색연합 제공

특히 이 부지에서는 1980년대에도 광산개발업체인 원경광업소가 한차례 광산개발을 추진했다가 2000년 폐광한 바 있는데,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쓰레기까지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현장을 방문한 녹색연합에 따르면, 시멘트 건물 3~4동과 컨테이너 박스, 광산개발 부지임을 알리는 표지판, 호스, 드럼통, 철근, 폐타이어 등 각종 시설과 장비가 버려진 상태였다고 한다. 배재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시멘트 건물 등 영구시설물도 보였고 몇몇 호스는 일부가 땅에 묻혀있어 쉽게 뽑히지 않았다”며 “법으로 보호받는 구역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광산개발 사업으로 훼손된 국유림 등 산림을 복구할 책임은 1차적으로 해당 사업체에 있다. 하지만 사업체가 복원 없이 철수할 경우 국유림 관리 책임이 있는 산림청에서 대신 복원해야 한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해당 업체로부터 복구비용을 미리 예치해두고, 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이 예치금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한다. 경북 문경시 가야읍 부지는 이러한 책임이 있는 산림청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폐광 후 20년 이상 방치해둔 셈이다.

지난 29일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에 각종 폐기물이 묻혀있다. 녹색연합 제공
지난 29일 경북 문경시 대야산 자락에 각종 폐기물이 묻혀있다. 녹색연합 제공

산림청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산지관리과 담당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백두대간보호법과 산지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확인한 뒤 허가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며 “백두대간 보호지역이라고 하더라고 2만㎡ 미만의 소규모 굴진채굴은 가능하다. 해당 부지의 총 사업 면적은 8666㎡”라고 말했다. 하지만 폐광 쓰레기 방치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이뤄진 광산 개발 사업으로 훼손된 산림에 대한 대집행은 실시했으나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가 미흡했다”며 “현재 쓰레기 발생량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엠케이광산개발산업 전무는 “산을 깎는 게 아닌 땅을 파는 방식의 채굴이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없다”며 “방치된 쓰레기의 경우, 엠케이가 처리할 의무는 없으나 산림청 및 국유림과 협의해 저희 비용을 들여서 치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 팀장은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법으로 보호받는 지역이지만 전담 기구가 없어, 국유림 관리를 총괄하는 산림청이 관리 중”이라며 “국립공원공단처럼 백두대간 보호지역만 집중적으로 관리할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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