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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약자 희생 강요하는 기후변화…교회 전체가 움직여야 할 문제”

등록 2021-09-22 22:09수정 2021-12-27 17:22

[양기석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인터뷰]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성라자로마을에서 양기석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을 만났다. 양 신부는 지난 11일 천주교 수원교구의 ‘2040년 탄소중립’ 선언을 이끌어냈다. 김정수 선임기자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성라자로마을에서 양기석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을 만났다. 양 신부는 지난 11일 천주교 수원교구의 ‘2040년 탄소중립’ 선언을 이끌어냈다. 김정수 선임기자

지난 11일 천주교 수원교구가 ‘204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교구의 성당들과 소속 기관에서 쓰는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 전기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생산된 물품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까지 상쇄하기로 했다. 구체적 실천 방법까지 담은 종교계의 탄소중립 선언은 수원교구가 처음이다.

이 선언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는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양기석(50) 신부다. 지난 15일 경기도 의왕시 성라자로마을에서 만난 그는 “핵발전이나 기후변화나 모두 생명을 위협하고,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악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단한 탄소중립 선언의 배경을 묻자 양 신부는 “사실 수원교구만이 획기적인 게 아니다.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서 모든 교회가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방향을 처음 제시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원교구의 탄소중립 목표 시점은 교황청보다도 10년 더 앞당겨졌다. 교황청이 ‘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을 목표로 제시하며 에너지 전환을 요청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기후변화협정 5주년을 기념해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양 신부는 “환경 담당 부서에서 알아서 하면 되지 않나 이런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지만, 이것은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 우리 신자들이 살아가는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교회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교님께 건의를 드렸다”며 탄소중립 선언 준비 작업이 시작된 계기를 털어놨다.

사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법 자체는 단순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수원교구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기로 했다. 교구 소속 성당 222곳이 사용하는 연평균 약 12만7000㎾h의 전력을 자급하려면 100㎾급 태양광발전소가 200개 이상 필요할 것으로 계산됐다.

문제는 돈이다. 100㎾ 규모 태양광 설비를 200개 이상 짓는 데는 단순 계산으로도 3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양 신부는 “300억원을 다 모아 한꺼번에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정액 이상 기금이 마련되면 공간이 되는 부지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하려는 것”이라며 “본당과 개인의 출자, 출연금 등으로 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 먼저 지어진 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익금 등을 활용해 10년 동안 지어나가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주교좌 대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제단 앞에는 신자들이 7년 여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봉헌물이 놓여 있다. 수원/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주교좌 대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제단 앞에는 신자들이 7년 여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봉헌물이 놓여 있다. 수원/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 신부는 자칭 타칭 ‘에코’ 신부다. 과천성당 주임신부로 있던 2008년 안성 미리내 성지 인근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가운데 환경 문제도 신앙인이자 사제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엔 탈핵 운동으로, 최근엔 기후위기 대응 운동으로 이어졌다.

수원교구의 2040년 탄소중립 범위에 신자들의 가정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에서 신자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내년 9월까지 1년간을 ‘지구의 부르짖음에 응답하는 해’로 정해 △배달음식 시킬 때 일회용 수저는 빼달라고 요청하기 △디지털 기기의 밝기와 해상도 낮추기 △물을 받아서 설거지하기 등 46개 실천 사항을 선정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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