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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쓰레기와 함께할 명절 연휴…‘플로깅’하며 지구도 내 몸도 가뿐하게

등록 2021-09-18 21:32수정 2021-12-27 17:24

<한겨레> ‘겨리와 함께 줍깅’ 이벤트 참여
지난 15일 서울 불광천 산책로 주변 ‘플로깅’
1시간 새 옆구리 터질 만큼 쓰레기봉투 가득
명절 음식쓰레기 평소보다 20% 많이 쏟아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5일 저녁 8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불광천 산책로 인근. 대여섯 걸음당 한 개꼴로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비닐봉투, 일회용 컵, 담배꽁초, 담뱃갑, 아이스크림 포장지, 스티로폼 등 모두 각양각색이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다리를 구부렸다 펴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금세 마스크 안쪽에 땀이 맺혔다. 뛰기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4.5ℓ짜리 쓰레기봉투 두 개가 가득 찼다.

‘겨리와 함께 줍깅’ 이벤트에 참여하면 제공되는 키트. &lt;한겨레21&gt; 기자들이 쓰고 친환경 재생용지로 인쇄한 &lt;쓰레기TMI&gt; 단행본, 생분해 쓰레기봉투, 겨리 손수건, 겨리 데코 스티커가 들어있다.
‘겨리와 함께 줍깅’ 이벤트에 참여하면 제공되는 키트. <한겨레21> 기자들이 쓰고 친환경 재생용지로 인쇄한 <쓰레기TMI> 단행본, 생분해 쓰레기봉투, 겨리 손수건, 겨리 데코 스티커가 들어있다.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두고 <한겨레>가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하는 조깅) 이벤트 겨리와 함께 줍깅’에 참여했다. 화려한 선물세트가 오가고 제사 음식이 쌓이는 명절은 각종 폐기물이 급증하는 시기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음식물쓰레기의 명절 연휴 때 배출량이 평소보다 20% 이상 많다. 올 추석에도 쌓여가는 폐기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테니,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며 조금이나마 가뿐하게 연휴를 맞이하기로 했다.

1 시간 만에 쓰레기봉투 가득…비닐·담배꽁초 왜 이리 많아?

불광천 일대에서 플로깅을 시작한 지 20분, 스티로폼 조각, 라면 봉지, 전단, 바나나 껍질, 편의점용 커피 컵 등의 각종 쓰레기가 빠르게 봉투를 채웠다. 가로등 빛에 반사된 반짝이는 무언가를 집으면 열에 아홉은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응암동에서 증산동 사이 1.7㎞ 거리를 왕복하는 1시간 새 준비해간 봉투 2개가 가득 찼다. 봉투 하나는 쓰레기를 밀어 넣다 옆구리가 터졌다.

산책로는 언뜻 깨끗해 보였지만 이는 쓰레기가 ‘대놓고’ 버려지지 않아서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는 쓰레기를 찾기 어려울 만큼 쾌적했으나 주변 잔디로 눈을 돌리자 풀숲에 몸을 감춘 쓰레기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일회용 컵 하나는 풀숲에 깊숙이 꽂혀 있었고, 화단을 보호하기 위해 펜스를 쳐놓은 구간에도 스티로폼 박스, 그물 모양의 배 포장지 등이 버려져 있었다.

15일 서울 은평구 불광천 인근에서 ‘찾은’ 쓰레기들. 풀숲 사이, 펜스 너머, 전봇대 뒤편 등 지나치기 쉬운 곳에 각종 쓰레기들이 숨어있었다.
15일 서울 은평구 불광천 인근에서 ‘찾은’ 쓰레기들. 풀숲 사이, 펜스 너머, 전봇대 뒤편 등 지나치기 쉬운 곳에 각종 쓰레기들이 숨어있었다.

산책로 주변에서 발견한 쓰레기는 주로 플라스틱 포장재였는데 그중에서도 비닐봉지의 비중이 높았다. 사탕껍질 같은 작은 것부터 5개들이 라면 봉투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대용량 비닐봉투 안에 커피믹스 껍질 등 다른 쓰레기가 담긴 경우도 있었다. 산책로 옆 도로로 올라가서부터는 담배꽁초가 압도적으로 자주 눈에 띄었다. 나무 계단의 좁은 틈새에 끼어있거나 주차된 차 뒤편에 흩뿌려져 있었다. 양이 많아 줍기보다는 한번 몸을 굽힐 때 4~5개씩 쓸어 담아야 했다.

지구도 몸도 가뿐해지는 플로깅, 한 번으론 부족해

수시로 나타나는 쓰레기를 줍다 보니 일반 조깅만 할 때보다 운동 강도가 높았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다리를 굽혔다 펴고 계단이나 화단의 쓰레기를 찾기 위해 산책로 주변을 오르내렸다. 자세만 제대로 잡는다면 스쿼트(무릎 관절을 굽혔다 펴는 행동)와 런지(한쪽 다리를 앞으로 무릎을 구부리기), 조깅을 합친 격이다. 허벅지와 팔, 허리 등을 사용하는 전신 운동에 가깝다. 스웨덴 피트니스 앱 라이프섬에 따르면 30분간 조깅만 한 사람은 평균 235㎉를 소모하지만 플로깅을 하면 288㎉를 소모한다고 한다.

15일 플로깅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4.5ℓ짜리 쓰레기봉투 두 개가 가득 찼다.
15일 플로깅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4.5ℓ짜리 쓰레기봉투 두 개가 가득 찼다.

칼로리는 태웠지만 단 한 번의 플로깅만으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눈에 불을 켜고 바닥을 살핀 탓인지, 이미 봉투를 가득 채워 담을 곳이 없는데도 도로를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연신 눈에 들어왔다. 줍고 또 주워도 사라지지 않는 이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번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얼마나 더 많은 쓰레기가 쏟아질지 자연스럽게 의문이 이어졌다.

에스앤에스(SNS)에서도 뿌듯함과 씁쓸한 뒷맛이 섞인 플로깅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로깅 활동을 인증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게시글에서 “플로깅하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데 신호등 밑에 쓰레기가 보였다”, “산에 이렇게 쓰레기가 많을 일인가”, “깨끗해진 길을 보고 뿌듯함도 잠시, 도로에 쓰레기가 가득하다”는 반응이 보였다. 16일 기준 플로깅을 태그한 인스타그램 게시글은 4만8000개가량이다.

환경부는 15일 추석 연휴 기간 생활폐기물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생활폐기물 수거 일정 조정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함 확대 설치 △재활용 폐기물 증가에 대비한 공공선별장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글·사진/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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