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가로수에서 참매미가 울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계절의 길이와 시작일이 변하면서 봄꽃 개화 시기도 일러지고 매미도 일찍 우는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청은 14일 “1991∼2020년 최근 30년 동안의 새로운 계절관측 평년값을 산출해 과거 평년값(1981∼2010년 30년 평균)과 비교해보니, 봄꽃의 개화시기는 1∼5일 당겨지고 매미 소리 첫 관측일도 3일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동물 9종, 식물 12종, 서리, 얼음, 눈, 관설(산 꼭대기에 눈 덮임), 강·하천 결빙 등 기상현상 5종을 해마다 기상관서 등 일정한 장소에서 관측하고 있다.
봄꽃의 경우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는 새로운 평년에서 이전 평년보다 1일씩 개화시기가 빨라졌으며, 매화는 닷새나 일찍 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기후적 봄의 시작일이 이전 평년에 비해 6일 빨라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적 봄의 시작일은 일평균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정의한다. 봄 길이도 이전 평년보다 4일 길어졌다.
여름철 매미 울음도 이전 평년에 비해 일찍 들리기 시작했다. 첫 울음 관측이 이전 평년에서는 7월13일이었으나 신평년에서는 7월10일이었다. 이 또한 봄과 마찬가지로 여름 길이가 4일 길어지고, 시작일도 2일 빨라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가을철 단풍나무 관측은 1989년부터 시작돼 이전 평년값이 없다. 단풍 시작일 신평년값은 10월27일이지만, 대체로 빨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겨울철 기상현상인 얼음과 서리의 시작일은 각각 11월15일과 16일로 이전 평년에 비해 각각 3일 늦어졌다. 얼음 시작일이 사흘 늦어지고, 마지막 관측일(종료일)이 나흘 빨라진 것은 기후 개념의 겨울 길이가 7일 짧아진 것과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립생태원 이상훈 기후변화연구팀장은 “동일지점에서 장기간 축적된 계절관측 자료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에도 활용가치가 높다. 앞으로 생태·산림 관련 연구기관과 연계하면 먹이 그물, 산란 시기 등 여러 생태계 요소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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