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북상하는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피항한 어선들 위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제주 서쪽 해상으로 태풍 ‘찬투’가 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매우 강한 상태로 머물고 있지만 15~16일 점차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부 지역보다는 16일 이후 남부와 제주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날씨는 다음주 찬투의 이동 상황을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은 12일 오전 태풍 찬투의 현황과 전망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이날 오전 기준 태풍 상황을 알렸다. 기상청 한상은 기상전문관은 “변동성은 크지만 현재 예측 진로대로라면 15~16일부터 동진해 제주 서쪽 해상 또는 남해안 일대로 찬투가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4호 태풍 찬투의 예상 진로.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찬투는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중국 상해 부근에서 시속 5㎞의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다. 태풍이 일으키는 강한 바람이 해수면에 불면 심해의 차가운 물이 수면 위로 올라 섞이면서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태풍이 정체돼있으면 세력이 약화할 수 있다. 2018년 19호 태풍 솔릭이 제주 서쪽 해상에서 하루 정도 정체하며 기압이 상승해 약화됐다. 그러나 현재 진로 예측대로 제주와 남해쪽으로 동진할 경우 태풍의 세기는 다시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아직 태풍의 진로와 강도는 유동적이다. 태풍의 진로가 서쪽으로 틀어, 중국 내륙으로 더 들어가면 한국에 영향을 주는 시간대가 늦어지고 강도도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북쪽 찬공기가 남하하고 서풍이 강하게 불면 태풍이 빠르게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15~16일이라도 한국 쪽으로 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기상전문관은 “상층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하면 태풍이 동진하면 바닷물의 영향으로 태풍의 크기가 좀 더 발달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태풍은 과거 유사한 진로 없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경로를 보이는 태풍이다. 태풍 진로와 강도는 14일께 정확히 예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의 중기예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나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건조한 공기층과 습윤 공기층의 경계가 제주와 남해안 부근에 위치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제주는 12일 밤 비가 내리기 시작해 14~15일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 한 기상전문관은 “제주는 15일까지 많게는 500㎜까지 비가 오고, 14일부터는 전남·경남 해안 쪽으로도 많은 비가 내린다”며 “강수 집중 시기는 뒤로 갈수록 증가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8~22일 날씨는 태풍의 진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관은 “9월 중순의 ‘가을 태풍’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육지는 가을로 향해가지만 바다는 아직 한 여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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