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28일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일대 대청호 위를 녹조가 뒤덮고 있다. 옥천/연합뉴스
자동차 에어컨 증발기 등에서 자생하는 미생물이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6일 “여름철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인 남세균을 사멸시키는 미생물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남세균 연구를 진행해온 박우준 고려대 교수 연구진과 함께 진행됐다. 연구진이 발견한 미생물은 ‘다이노코쿠스 메탈릴라투스’로, 남세균을 사멸시키는 다이노잔틴 화합물을 생성한다. 남세균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짙은 청록색을 띠는 세균으로 남조류라고도 불린다. 남세균의 개체 수가 급증하면 녹조현상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해당 미생물은 자동차 에어컨 증발기 안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박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자동차 에어컨 안에서 나는 악취를 줄일 균주를 찾다가 에어컨 안 여러 균주들을 확보해 분석했다. 그러던 중 해당 미생물이 항균·항산화 효과를 가진 유기색소인 다이노잔틴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다이노잔틴이 항균 효과를 가진 만큼 남세균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미생물이 생산하는 다이노잔틴 화합물을 저농도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에 5일 간 놓아둔 결과, 남세균 80% 이상이 사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 쪽은 이번에 발견된 다이노코쿠스 메탈릴라투스 미생물이 녹조 저감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진은 콩기름 찌꺼기에서 이 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할 가능성도 확인한 상태다. 정은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향후 위해성과 안정성 검토를 하고 실제 녹조 개선에 이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을지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