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경남 환경단체가 지난해 4월29일 고성 삼천포 화력발전소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년 이전까지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룰 경우 발생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현 정책을 유지할 때 나타날 효과의 3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과 국제 기후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29일 한국 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에 맞춰 탈석탄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룰 경우 나타날 고용 창출 효과를 분석한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고용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환경 단체들은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이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한국에서 탈석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일자리는 발전 분야 건설·설치, 운영·유지보수, 장비 제조 등 총 3가지 영역이다.
보고서를 보면, 2030년 이전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면 현 정책을 유지하는 것보다 2.8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①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일부 석탄발전소를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 ②2030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고 이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비교해 발전 분야의 일자리 증감효과를 확인했다. ②번 시나리오대로 탈석탄을 조속히 달성할 경우 현 정책을 유지하는 것 대비 2025년까지 매년 일자리 약 6만2000개 이상이 더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는 매년 약 9만2000개 이상이 더 창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현행 정책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와 2030년 이전 석탄발전을 퇴출하는 시나리오의 에너지원 별 고용영향. 기후솔루션 제공
이석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석탄발전이 퇴출되고 이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발전 분야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영향이 있다.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 설치되는 재생에너지 용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장비 제조, 건설·설치, 운영·유지보수 부문의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창출된다. 이를 종합하면 현 시나리오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2030년 이전까지 탈석탄을 이루는 시나리오의 고용 유발 효과는 현 정책 시나리오 대비 인천과 강원 지역에서 1.3배, 경남 1.4배에서, 전남에서 3.1배, 경북에서 2.4배 더 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탄발전소가 집중적으로 위치한 충남에서도 탈석탄 시나리오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가 현 정책 대비 1.4배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 저자인 안네 짐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수석 기후변화 경제학자는 “이번 분석은 올바른 정책이 갖춰지면 석탄을 넘어선 정의로운 전환에 진정한 기회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석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탈석탄을 조속히 이룰 때 오히려 일자리 창출 기회가 많다는 점이 수치상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가 현실로 반영되도록 정책이 마련될 차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고용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이 정착되는 속도와 석탄발전이 퇴출되는 속도가 맞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일을 못하는 공백기가 길어질 수 있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방지하려면 실업급여와 교육 훈련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등 촘촘한 정책과 대담한 기금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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