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에게 분담금 부과를 통해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교체용 정수기 필터, 주방용 밀폐·보관용기 등 17개 품목에도 추가 적용된다.
환경부는 2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오는 21일부터 40일 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추가되는 의무 적용 대상은 파렛트(물품 집하·수송 등에 이용되는 합성수지 재질의 받침대), 어망, 산업용 필름(제품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PE 재질의 비닐), 영농필름(비닐하우스 등에 사용되는 PE 재질의 필름), 인조잔디, 주방용 밀폐·보관용기 등 생활용품 20종, 교체용 정수기 필터 등 17개 품목이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산업용 필름, 영농필름, 생활용품 20종, 교체용 정수기 필터 등 4개 품목에 개정안을 우선 적용하고 나머지 13개 품목은 2023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기업 등 생산자에게 제품·포장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회수하거나 재활용할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2003년부터 시행됐다. 제품·포장재를 생산한 기업이 재활용에 드는 비용을 재활용 의무비율에 따라 분담금 형태로 지불하면, 이를 선별업체와 재활용업체 등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활용 의무비율은 환경부가 재활용 실적과 여건을 고려해 매해 품목 별로 정하는데, 2018년 기준 제품·포장재의 출고량 대비 20~83.9% 수준이다.
현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의무 대상 품목은 제품·포장재 12종, 전자제품 50종 등이다. 합성수지, 종이팩 등 4개 포장재와 타이어, 윤활유 등 8개 제품은 자원재활용법 상 재활용 책임을 부여받고 태양광 패널이나 디스플레이 기기 등 50개 전자제품은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의 적용을 받는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보다 많은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과해 순환경제 구축을 촉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품목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분담금 비율이 낮아 기업이 재활용 책임을 면피하는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며 “분담금 비율을 현실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생산자가 분담금을 내도 재활용이 안 되는 일도 발생한다”며 “이 경우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재활용 분담금 대신 소각이나 매립 등에 대한 처분 부담금을 물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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