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 최대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북면과 금강송면의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만든 1호 숲길이자,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걷기 여행길이다. 국유림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연합뉴스
한국의 산림 중 67%는 국가가 소유하지 않고 따로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림입니다. 산림청은 이러한 사유림이 마구잡이로 개발되지 않도록 산림 경영 계획을 세워 관리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숲을 보존하기 위해서 임업인들을 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산림의 가치를 평가해 사유림에서 임산물 생산 등에 종사하는 임업인들이나 자신 소유의 산이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산주들에게도 금전적 보상을 하는 ‘임업직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사회가 농업의 가치를 인정해 농업인들에게 직불금을 주듯, 임업인들에게도 직불금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서삼석·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하지만 일부 사유림 산주들이 일반 시민들보다 부유한 만큼 국가가 일괄 보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산림청 조사 결과 전국 사유림 419만㏊의 소유자는 216만명으로 평균 임야 면적은 1.9㏊였습니다. 이중에는 소득 수준이 낮은 임업인들도 있지만, 법인·종중·외국인 등도 포함돼있습니다. 임업인보다 더 소득이 낮은 일부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일괄 보상하기보다는 공익적 가치의 생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주에게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겨레> 기후변화팀은 산림청의 벌목·벌채 논란에 이어 임업직불금제 논의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전합니다.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과 윤여창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가 각각 글을 보내왔습니다.
기후변화팀
climate@hani.co.kr
식목은 좋지만, 내 땅이 숲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
내년 5월 우리나라에서 제15차 세계산림총회가 개최된다. 세계산림총회는 각국 산림 분야 행정 고위 관료들과 학자,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 분야 회의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산림총회가 개최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산림 분야의 위상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 성공 신화와 더불어 산림휴양, 치유 등 산림의 가치가 발휘되는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모범적인 산림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탄소중립’과 연계된 산림 활동에 대한 언론 기사들을 보면서 2015년에 개최되었던 제14차 총회에서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독일의 유명한 앵커가 진행한 최고위 당국자 토론에서 앵커는 각국의 산림 분야 장·차관에게 일반인들은 나무를 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내 땅에 숲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의 의미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무 심는 것은 좋지만, 내 땅을 숲으로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는 사람들의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이었다. 슬프게도, 이에 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세계의 산림 분야 정상은 없었다.
우리는 나무 심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땅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숲으로 만드는 것, 공공재로 취급받게 되는 것은 꺼린다. 내 토지가 숲으로 변하면 용도변경이 어려워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숲은 우리에게 깨끗한 물과 공기를 공급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며 쉼터와 치유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숲은 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곳으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증진하여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숲은 매년 221조, 국민 1인당 약 430만원에 달하는 공익적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산출된 금액의 약 2/3는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림에서 산출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숲의 공공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공공재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혜자 부담 원칙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한다면 님비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과거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역사적 사료로 남기기 위해 변형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려면,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유주에게 보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숲이 보존되기를 원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보답이 산주에게 돌아가야 한다. 즉, 국유림은 제외해도 사유림 소유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거나 목재수확 등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숲이 주는 혜택을 우리 후손도 누릴 수 있도록 소망한다면 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임업직불제’가 그 예이며, 이번 산림부문에서 탄소중립과 관련된 언론 이슈를 계기로 숲의 공공적 혜택과 그에 따른 비용 지불에 관한 건강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백년숲을 만드는 길…임업직불금제에 생태계서비스 개념 도입해야
2021년 우리나라는 UN이 선진국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위 탄소중립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림정책’ 은 선진국 사회에 걸맞은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숲은 약 40년생의 나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아직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청년나무들이다. 정부는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청년 나무들을 벌채하고 새로 어린 나무를 심는 ‘재조림’사업을 보조금을 주어 촉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세기 헐벗었던 산을 녹화하는데 성공하였다. 덕분에 어디에서나 푸른 숲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녹화된 산림을 더욱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 수 있을까? 숲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다. 집을 짓는 재목, 연료로 쓸 수 있는 목재, 맛있는 산나물과 열매를 선물처럼 얻을 수 있다. 숲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과 새, 깨끗한 공기와 물의 원천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생태계서비스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며, 서비스를 주는 숲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름다운 숲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동네 어귀에 자리하여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당산나무는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그 자리에 있어왔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백년 이상 된 나무들로 이루어진 마을숲이 보전되어 있다. 탄소중립을 위하여 우리는 마을에 있는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할까? 아니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주던 오래된 나무들이 마을을 더 아름답게 하고 그 곳에 사람들을 살기에 더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숲을 아름답게 만들고 보전하려면 나무가 자라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기다림에는 숲을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개인의 소유인 사유림의 경우에는 숲에서 소득을 얻지 못하면 나무를 자라도록 오랫동안 기다리기 어렵다.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기에 더 자랄 수 있는 나무를 베어내어 팔거나 토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숲을 가꾸고 보전하려면 산림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가 산주인의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임업기술이나 제도의 개발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숲을 만들려면 우선 일찍 벌채하고 재조림하는 사업에 대한 재정 보조금 지급 정책을 그만두어야 한다. 동시에 공익적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업활동에 대하여 보상하는 산림생태계서비스 지불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벌채를 연기하거나 인공림을 자연림으로 전환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많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업인에게 생태계서비스의 가치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숲이 저장하는 탄소에 대하여 기업이 투자하고, 수자원함양을 많이 하는 숲을 가꾸는 산주에게 물 이용부담금 등을 이용하여 정책적으로 보상하여야 한다. 산주가 백년의 숲을 가꿀 수 있게 산림정책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쳐야할 시점이다.
윤여창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산림환경학 전공) 교수
윤여창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산림환경학 전공) 교수.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