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이어진 지난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을 찾은 피서객들이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흘째 계속되는 폭염에 14일 서울에서는 이틀째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서쪽과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 열대야는 16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4일 “폭염으로 낮 동안 축적된 열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밤에도 남쪽에서부터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도심 지역과 서해안, 남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위치한 저기압의 시계반대방향 회전을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야간에 수증기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주간 일사에 의한 열기와 상승작용하면서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14일 오전 6시 현재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나타난 주요지점은 인천(26.6도) 서울(26.1) 청주(26.2) 보령(25.6) 대전(25.1) 여수(26.4) 전주(26.3) 고창(26.1) 광주(26.0) 군산(26.0) 포항(26.0) 거제(25.8) 통영(25.6) 남해(25.3) 부산(25.2) 창원(25.2) 제주(27.7) 서귀포(26.6) 고산(25.9) 성산(25.6) 등으로 서쪽과 남쪽 일대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14일 아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도심과 서쪽과 남쪽, 제주도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가운데 최저기온이 측정된 706곳 가운데 23.4%인 165곳에서 이날 오전 25도 이상으로 기록됐다. 13일에는 707곳 가운데 18.4%인 130곳에서 열대야가 기록됐다.
13일에는 최저기온이 가장 높은 5곳이 모두 서울 지역으로, 동작구에 있는 기상청 본청(28.1도)이 가장 높았으며, 양천 27.5도, 용산 27.4도, 영등포와 금천 27.2도가 관측됐다. 14일에도 기상청 본청은 27.8도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제주 27.7도, 서울 영등포 27.6도, 전북 부안의 새만금 27.5도, 제주 애월 27.3도 등에서 새벽 최저기온이 높게 관측됐다.
‘초열대야’ 우려도…2013년 제주 49일 동안 열대야 겪기도
기상 관측사상 일 최저기온이 가장 높은 극값은 2013년 8월8일 강릉에서 관측된 30.9도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초열대야’로 기록됐다. ‘열대야’라는 용어는 일본 기상 수필가인 구라시마 아쓰시가 만든 말로,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때는 ‘초열대야’라고 불렀다. 2018년 8월2일에는 서울에서도 30.3도가 기록돼,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초열대야 현상이 일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열대야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곳은 제주도 서귀포로, 2013년 7월7일부터 8월24일까지 49일 동안 열대야를 겪었다.
기후변화로 열대야 일수와 강도 증가 추세와 함께 열대야가 일찍 나타나고 늦게까지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서귀포에서는 5월27일 열대야가 나타났으며 2018년 5월16일에는 제주 고산에서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기록됐다. 열대야가 10월까지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나, 서귀포에서는 2013년 10월6일 열대야가 기록됐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16일까지 낮 기온은 32도 이상으로 높고, 체감온도는 습도가 높아 33도 이상(내륙 중심으로 35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덥겠다.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14일 낮부터 15일 새벽 사이에는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충청 내륙, 영남 내륙에, 15일 낮부터 16일 새벽 사이에는 전국 내륙에, 16일 낮부터 저녁 사이에도 전국 내륙에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덧붙였다.
소나기에 의한 예상 강수량은 14일 낮∼15일 새벽 경기 동부, 강원 내륙·산지, 충청 내륙, 영남 내륙 5~60㎜, 14일 밤~15일 새벽 서해 5도 5~30㎜, 15일 낮∼16일 새벽 중부 내륙, 영남 내륙 10~60㎜(많은 곳 100㎜ 이상), 호남 내륙 5~40㎜ 등이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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