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남 김해시 삼계동 한 아파트 인근 산지에 방수포가 설치돼 있다. 이곳은 전날부터 내일 장맛비로 산지 토사 일부가 유실됐고, 인근 아파트 주민 31명이 붕괴 우려에 전날 긴급대피를 한 곳이다. 연합뉴스
한국 장마는 전통적으로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전국에 꾸준히 비를 뿌린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장마 모습이 바뀌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동안 이어진 지난해 장마도 영산강·섬진강 유역에 집중 호우를 뿌리며 큰 피해를 남겼는데, 남부지역은 최근 7.5일 동안 264㎜의 비가 내려 평년 장마 강수량의 77%를 이미 다 채웠다. 그만큼 대비하기가 어려워졌다. 장마가 물러가고 찾아오던 폭염도 초여름부터 자주 등장했다.
지난 6월 말부터 한낮 폭염과 저녁이나 새볔에 내리는 소나기 조합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장마전선 등장으로 7월 초순부터는 장마에 접어들었지만, 11일 전국에 쏟아진 비 가운데 장마전선 영향을 받아 비가 내린 지역은 제주만이 유일하다. 장마전선이 제주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부터 7월 하순까지 남북으로 긴 한반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비를 뿌리다 소멸된 뒤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7말8초’ 무더위를 이끌고 오던 전통적 의미의 한국 여름 풍경이 달라지고, 대기 불안정에 의한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런 복합적 모습의 날씨때문에 장마의 끝을 예측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장마평년값. 평년값은 1991~2020년까지 30년 동안의 평균값을 말한다. 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기상청 자료를 보면 장마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년(1991~2020년) 기준 약 한 달 간의 장마 기간 동안 일일 강수량 80㎜ 이상이 온 것은 0.9일, 1시간 30㎜ 이상 비가 내린 날은 0.7일에 그쳤다.
그러나 일일 강수량 80㎜ 이상이었던 날은 최근 10년 사이 역대 최고일을 경신했다. 중부가 2011년 3.4일, 남부 2020년 2.6일, 제주 2019년 5일에 달했다. 1시간에 30㎜ 이상 집중 호우가 내린 시기도 중부 2017년 2.5일, 남부 2020년 1.3일, 제주 2020년 4.5일로 최근 들어 증가 추세다. 올해도 지난 3~8일 엿새 동안 남부 253.5㎜, 중부 114.5㎜, 제주 109㎜가 내려 약 한 달 동안 내리는 장마철 평균 강수량(340~370㎜)의 60~70%를 다 채울 만큼 한 번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최근 10년 동안의 장마 데이터. 강수량과 강수일수의 통일성이 깨어지고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집중 호우가 지나가고 난 자리는 불쾌함이 채웠다. 이날 오전 기상청은 대구, 경남 산청과 김해, 경북 경산, 전남 구례와 담양에 폭염 경보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염 특보는 기온과 습도를 고려해 체감온도 기준으로 발표되며 불쾌지수와 관련이 있다.
기상청은 날씨 예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힌다. 박이형 기상청 사무관은 “최근 10년 동안 마른 장마이거나 지난해같이 긴 장마이거나 여러 패턴이 등장했다. 예보를 할 때 ‘이게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이례적인 수치, 예를 들어 시간당 강수량 70㎜, 일일 강수량 300㎜ 예보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장마 예보는 여름철 한국 주변 기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형적 모습은 더 이상 없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13일까지는 달궈진 지면 공기와 상층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14일부터 21일까지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을 받아 전국에 구름이 많지만 충청·남부·제주 지역 중심으로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가 예보돼 있다. 낮기온이 29~35도에 이르는 폭염과 열대야도 이어진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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