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는데도 지난해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 비율로 증가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산화탄소는 여러 온실가스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대표 온실가스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감축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1일 ‘2020 지구대기감시 보고서’를 발간하며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0년 연평균 420.4ppm으로 관측돼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안면도에서는 1999년 온실가스 농도를 관측한 이래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간 평균 2.4ppm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2010∼19년) 동안은 증가율이 더 높아져 한해 평균 2.7ppm씩 증가했다.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경향. 안면도는 1999년부터, 고산 2012년, 울릉도 2014년부터 관측. 국립기상과학원 제공
세계적인 추세도 마찬가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가 전년보다 1.9∼2.7ppm 증가해 413ppm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7%나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어서 주목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3%, 2019년 3.9% 등 2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
김연희 국립기상과학원 미래기반연구부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지만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이미 포화돼 있고 지속적으로 누적되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인다고 단번에 감소 효과를 볼 수 없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과감한 감소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는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200년 이상 머물 수 있다. 이때문에 과거부터 배출해 온 이산화탄소가 이미 대기 중에 포화상태다. 한두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에어로졸(PM10) 연평균 농도는 대체로 감소하거나 유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국립기상과학원은 밝혔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기후변화감시센터 옥상에서 기상청 직원이 기후변화 감시 활동에 대 설명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한반도 서쪽 대기를 대표하는 지역인 안면도의 경우 PM10 연평균 농도가 관측 이래 연평균 1.1㎍/㎥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에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39㎍/㎥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7㎍/㎥로 관측 이래 최저 농도를 기록했다. 남쪽 제주도 고산은 2011년 관측 이래 해마다 유사한 농도가 관측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PM10 이온성분을 분석해보니 안면도 에어로졸 농도 감소 경향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대기오염물질 농도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안면도 PM10 가운데 질산염과 황산염 농도는 최근 10년 대비 2020년에 25∼2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근영 최우리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