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서 서식 중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긴점박이올빼미가 인공둥지에서 새끼 2마리를 낳고 기르고 있는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은 오대산국립공원 내 인공둥지에서 긴점박이올빼미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모습을 확인했다며 사진과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국립공원공단은 긴점박이올빼미 종보전을 위해 11개의 인공둥지를 2011년에 처음 설치한 뒤 22개까지 그 수를 늘렸다. 2017년 인공둥지에서 부화한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있으나 부화 후 생육과정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월부터 원격 카메라를 설치해 인공둥지를 관찰했다.
알을 품고 있는 어미. 국립공원공단 제공
관찰결과 올해 3월10일 최초 산란이 포착됐다. 어미새는 약 4주 동안 3개의 알을 품었다. 한 달이 지난 4월7일께 3개의 알 중 2개의 알이 부화해 새끼 2마리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부화하지 못한 1개 알은 어미새에 의해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화한 새끼 2마리도 한 달 정도 더 자란 뒤 5월3일께 둥지를 떠났다.
새끼 교육 총괄은 어미였다. 새끼들은 둥지를 떠나 약 2주 동안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어미로부터 나는 법, 먹이 잡는 법 등 생존에 필요한 행동들을 배웠다. 긴점박이올빼미 수컷은 새끼들에게 먹이를 수급하는 역할을 했다. 관찰 과정 중 수컷은 2번 포착됐다.
둥지에서 떠나는 새끼를 지켜보는 어미. 국립공원공단
긴점박이올빼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 관심 대상으로도 분류돼있어 세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희귀 조류다. 오대산 등 강원도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텃새다. 오대산 일대에서는 국립공원 직원들에 의해 연간 약 5~6회 정도 목격된다. 평지나 아고산지대 산림에 서식하며 낮에는 나뭇가지 등에서 휴식하고 어두워지면 활동한다. 쥐나 양서류, 곤충 등을 먹는다.
이번 기록은 긴점박이올빼미가 나무줄기 사이 등에 산란하는 습성이 있어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준 뒤 관찰한 결과다. 국립공원공단은 “긴점박이올빼미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변화로 인해 서식지나 개체 수가 급감했다. 또 서식환경이나 생육 주기 등 기초자료도 부족하다. 기초자료를 많이 확보할수록 보호를 더욱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최상위 포식자인 긴점박이올빼미의 보호는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