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망상으로 분노 쌓여 계획 범행 가능성 커”
유족 “막을 수 있는 사고 방치해 발생한 인재”
지난 17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안아무개(42)씨가 지난달 12일 저녁 자신의 집 윗층 506호 대문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 안씨가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누르는 등 위협적 행동을 하자 506호 주민들이 현관문 위쪽에 폐회로텔레비전을 달았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안아무개(42)씨가 계속된 ‘피해망상’으로 분노가 쌓인 상태에서 계획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이 추정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남 진주경찰서는 18일 “현재까지 조사와 프로파일러 면담 분석 결과, 피해망상인 안씨가 미리 범행을 계획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안씨는 지난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5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살인)를 받고 있다.
프로파일러의 분석을 보면,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판정을 받은 안씨는 2016년 7월 진주의 정신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은 이후 범행 당일까지 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한 상태였다. 이후 피해망상이 계속됐고,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해 분노가 극대화한 상태에서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아파트 폐회로텔레비전을 보면, 안씨는 범행 당일 새벽 1시23분께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10ℓ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새벽 4시25분께 불을 질렀고, 주민들에게 무차별로 휘두른 흉기도 2~3개월 전에 미리 샀다. 안씨는 이날 창원지법 진주지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려고 진주경찰서를 나서면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도 “모두가 한통속으로 시비를 걸어왔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막을 수 있는 사고를 경찰 등이 방치해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피의자 안씨의 윗집에 살다가 희생된 최아무개(19)양의 형부(30)는 “안씨가 초인종을 누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해 신고를 여러 차례 했다. 경찰이 증거가 없다고 해 돈을 들여 현관문 쪽에 폐회로텔레비전을 달았다. 안씨가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경찰에 보여줬지만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천운 진주서 형사과장은 “경남경찰청에서 전담팀을 만들어 신고 접수 뒤 경찰의 현장 출동과 대응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책임지고 재발 방지책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안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고, 경남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안씨 신상의 공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날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민갑룡 경찰청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찾아 희생자 유족을 위로했다. 희생자 황아무개(74)·이아무개(58)씨, 최아무개(18)양의 발인은 19일 오전 8시30분에, 김아무개(64)씨와 금아무개(11)양의 발인은 20일 아침 7시께 이뤄진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