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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광주재판 이끈 고 조비오 신부는 누구?

등록 2019-03-11 11:55수정 2019-03-11 21:14

1989년 국회 광주청문회에서 계엄군 헬기사격 증언
5·18때 무력진압 막으려 ‘죽음의 행진’ 참여했다 옥고
지난 1995년 12월29일 헬기사격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검에 출석하는 고 조비오 신부 연합뉴스
지난 1995년 12월29일 헬기사격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검에 출석하는 고 조비오 신부 연합뉴스
전두환씨를 광주로 불러낸 고 조비오 신부는 누구인가.

전씨가 11일 광주지법 형사법정에 나오면서 명예훼손 대상인 조 신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재판은 전씨가 2017년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이 단초가 되어 열리기 때문이다. 광주지역에서는 ‘죽은 조비오가 살아있는 전두환을 잡았다’며 그의 행적을 반추하고 있다.

조 신부는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부로 5·18민주화운동 때 시민수습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1980년 5월26일 계엄군의 무력진압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인사들이 벌인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다. 80년 6월 체포된 그는 내란방조 혐의 등으로 넉달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내란음모 핵심 동조자로 찍혀 신군부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상경을 제지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는 굴하지 않고 군부독재에 맞서 시국미사를 꾸준하게 이어갔다.

80년을 목격한 그는 5·18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9년 국회 광주청문회에 나가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며 학살만행을 증언했다. 당시로는 민감한 사안이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단호하게 증언했고, 이런 내용을 94년 출판한 저서 <사제의 증언>에 상세하게 담았다. 광주시민은 자연스럽게 ‘5월의 사제’라고 부르게 됐다.

그는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관심이 남달랐다. 90년대부터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광주·전남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아리랑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등으로 사회참여를 했다.

고 조비오 신부
고 조비오 신부
그(본명 조철현)는 38년 광산구 본량면에서 태어나 광주가톨릭대학을 졸업하고 69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전남 나주성당에서 첫 사목을 했고, 76년 광주 계림동성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사회복지시설인 소화자매원과 인연을 맺어 평생을 지속했다.

그는 평소 봄햇살처럼 온화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이었다. 2008년 덕망 높은 성직자에게 주는 ‘몬시뇰’에 올라 교황의 명예사제가 됐다. 성직자로서 평생을 고결하게 살았던 그는 78살이던 2016년 지병으로 선종했다. 그는 2년 전 미리 작성한 유언서를 통해 “도서와 유품을 소화자매원에 기증해 달라. 몸 안 장기는 아픈 환자를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선종 당시 통장의 잔고는 ‘0원’이었다.

조카인 조영대 광주 용봉동성당 신부는 “신부님은 생전에 ‘전씨가 역사와 국민 앞에서 정말로 뉘우치길 바란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사후에 명예훼손을 당해 전씨를 법정에 세우고 사죄할 기회를 만드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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