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원 기자
현장에서
경남도가 2월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홍준표 경남지사의 태도를 살펴보면 분명한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번 머릿속에 입력한 내용이면, 그것이 잘못된 내용이라거나 틀린 수치라고 주변에서 아무리 조언해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남도가 수십 차례 진주의료원에 경영개선 공문을 보냈는데 노조가 거부했다거나, 경남 진주는 심각한 의료공급 과잉 지역이라거나, 진주지역 여론은 폐업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 등이 그런 대표적인 사례다.
잘못된 인식을 고치려 들지 않은 결과 등장한 논리가 ‘진주의료원 노조는 강성·귀족’이라는 것이다. “임금이 몇년째 동결됐고 그나마도 몇달째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강성·귀족 노조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노조의 항변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홍 지사는 더욱 속도를 내 휴업과 폐업을 밀어붙였고, 새누리당 경남도의원들은 지난 11일 진주의료원 법인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후 홍 지사의 태도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통과 이틀 뒤 보건복지부가 조례안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가 여야 합의로 지난 12일부터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에 나선 뒤부터였다. 지금까지의 정면돌파식 모습과는 딴판으로 회피적이고 얕은 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복지부의 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경남도의회에 조례안 재심의를 다음달 2일까지 요청하면 된다. 그런데 홍 지사는 복지부 요구를 외면하고 조례를 공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가 조례안 재심의 요청을 주저하는 것은, 조례안 재의결 요건을 충족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도의원 58명 가운데 야권 도의원은 11명(19%)뿐이지만, 재의결 가결 요건인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의 국정조사에도 홍 지사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로 나왔다. 20일엔 ‘국정조사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대한 업무수행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헌법쟁송에 나선 첫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국정조사를 회피하려는 핑계 찾기’라는 지적이 많다. 헌법재판소가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다음달 13일 국정조사가 끝나기 전에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에서다.
야당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홍 지사를 채택하자’고 한 것에 그는 “청문회 식으로 사람을 불러 창피 주고 죄인 다루듯 하려는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러면서 최근엔 서울로 출장해 보수 성향 신문과 종합편성채널에 인터뷰하며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해 알리고 있다. 4선 국회의원에 집권 여당의 대표를 지낸 그가 국회의원이었을 땐 국정조사를 ‘창피 주고 죄인 다루듯’ 했다는 말인가.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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