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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세계 4위’ 오른 한국 인공지능 특허…10년의 빛과 그림자

등록 2021-05-25 10:07수정 2021-05-25 10:18

카이스트, 2010년대 세계 인공지능 특허 분석
한국 6300건…순위 높지만 미·중과는 큰 격차
특허기술 영향력 지표도 세계 평균치보다 낮아
인공지능 기술은 2010년대에 크게 도약했다. 픽사베이
인공지능 기술은 2010년대에 크게 도약했다. 픽사베이

4차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 혁신 물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인공지능은 2010년대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미국 스탠퍼더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의 인공지능 성능 개선 속도는 `무어의 법칙'보다 7배나 빨랐다. 무어의 법칙이란 컴퓨터 칩의 성능(연산 능력)이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2012년 제프리 힌튼의 획기적인 딥러닝 기술 등장 이후 가속도가 붙어 2010년대 후반에는 3.4개월에 두배씩 좋아졌다.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확인한 주요 선진국들은 2010년대 후반 중국을 필두로 잇따라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했다. 주요국 간에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전통의 최강국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사이의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각 나라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직업이나 노동 시간, 노동 방식은 물론 일상 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인간 사회 전반에 두루 영향을 주는 기술을 범용기술이라고 부른다. 전기나 컴퓨터, 자동차 엔진 등이 범용기술에 속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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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인 최강국 노리는 중국 9만건 ‘압도적 1위’

인공지능에 기술 혁신 바람이 분 2010년대에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도 크게 도약했을까?

국제적인 데이터베이스 분석 업체인 클래리베이트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CISP)가 2010년대 한국을 포함한 주요 10개국의 인공지능 기술 혁신 성과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 ‘글로벌 인공지능 혁신경쟁 : 현재와 미래’를 25일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양적인 성장은 돋보였지만, 질적인 성과는 미흡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010~2019년 세계 인공지능 특허(발명) 건수와 내용을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전 세계에 출원된 인공지능 기술 특허는 14만7천건으로 연평균 31%씩 늘어났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국의 특허 건수가 13만6천건으로 전체의 92%에 이른다. 10개국이 전 세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상위 10개국의 특허 건수는 2강-2중-6약의 양상을 보였다. 무엇보다 중국이 9만1236건으로 전체의 60%를 웃도는 압도적 1위였다. 2030년 인공지능 최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물적, 인적 자원 투입이 뒷받침한 결과다. 전통의 강국 미국의 인공지능 특허는 2만4708건에 그쳤다.

이들과 큰 격차로 일본이 6754건으로 3위, 한국이 6317건으로 4위를 차지했다. 5위 이하 그룹도 한국, 일본과 차이가 컸다. 독일, 대만,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인도가 각각 2280~529건으로 5~10위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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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에서 질 중심 전략으로 전환할 때

한국은 양적 지표인 특허 건수에선 4위에 올랐지만 질적인 평가 지표는 저조했다. 출원 특허 가운데 ‘특허인용지수(CPI=combined patent impact) 상위 10%에 드는 비율’이 평균 8%에 그쳤다. 특허를 출원한 기술의 영향력을 뜻하는 CPI는 다른 기술에 인용된 정도를 말한다. 10개국 CPI 평균이 14%인 점을 고려하면 특허 기술은 많았지만 파급력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질적인 면에서는 미국이 CPI 상위 10% 비율이 43%로 단연 세계 최고다. 보고서는 “미국은 적지 않은 특허 건수를 갖고 있으면서 가장 우수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기에, 세계 인공지능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지표는 해외 특허 출원 수다. 이 분야에선 중국의 자국 출원 비중이 무려 96%로 매우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한국, 대만, 일본의 자국 출원 비중이 60%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가 중국 기술을 낮춰 볼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우엔 자국 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는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이 작은 한국의 경우, 시장이 큰 미국이나 일본보다 해외 출원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은 기술혁신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며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김원준 교수(혁신전략연구센터장)는 “연구 주체별로 본 인공지능 특허 분포에서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대학의 비중이 높지만 영향력 지표에서는 대학이 매우 저조하다”며 “대학의 기술개발 전문가와 산업 현장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경쟁력 있는 기술을 만드는 인공지능 생태계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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