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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마음적 거리 0㎝

등록 2021-02-07 15:40수정 2021-02-08 02:37

[낯선 기술, 익숙한 일상]

최윤아 ㅣ 넥슨컴퓨터박물관장

얼마 전 가까운 큐레이터로부터 미술작가의 드로잉으로 제작된 ‘마음적 거리 0㎝’라는 이모티콘을 선물 받았다. 토끼와 사람이 서로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모습을 따스한 색감과 재질로 표현한 이 작은 그림들은 스마트폰 너머로 전해지는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도 그녀와 나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었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이모티콘은 감정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교감의 수단이 되고 있다. 흔히 컴퓨터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기호나 이미지를 이모티콘이라고 통칭하는데, 실은 이모티콘(emoticon)과 이모지(emoji)로 구분할 수 있다. 이모티콘은 아스키(ASCII) 코드를 조합하여 만든 기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o^(웃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이모지는 ‘그림1’처럼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문자로 취급되는 것을 말한다.

이모지는 1990년대 말 일본에서 이메일로 보낼 수 있는 그림문자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후반 구글·애플 등의 스마트 기기에 이모지 입력 기능이 추가되면서 대중적으로 사용되었고, 2010년에는 컴퓨터에 쓰이는 표준 언어 규칙인 유니코드에 등재되기에 이른다. 2015년 옥스퍼드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알파벳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을 그린 이모지(그림2)를 선정하기도 하였다. 또 원하는 이모지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이모지피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사용된 이모지로는 그림2, 그림3, 그림4 등이 있다.

초기 176개에 불과했던 이모지는 이제 유니코드에 등록된 것만도 3521개에 달한다. 몇 년 전에는 구글의 햄버거 이모지에 치즈 위치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하고 수정을 발표했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보면 가상 공간에서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로써 이모지가 전달하는 의미의 파급력은 때때로 문자 이상이 되기도 한다. 이모지는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매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출시되는 추세이다.

지인의 선물에서 얻은 위안을 주변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열심히 이모지를 선물하고 있다. 디지털 굿즈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일이 여전히 낯설어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마음을 전하는 순간이 즐겁고, 더욱이 예술작품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레기도 한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컴퓨터로 보고 있다면 ‘윈도’ 키와 세미콜론(혹은 마침표)을 동시에 누른 후, 떠오르는 사람에게 이모지를 전해봐도 좋겠다.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컴퓨터 언어가 전하는 작은 그림들의 위로, 이것이 지금 우리의 마음적 거리를 좁혀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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