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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인공지능의 예측 기술은 범죄 발생을 막아줄 수 있을까

등록 2020-11-30 04:59수정 2020-11-30 11:37

디지털 기술로 사회문제 해결하기
한국전자통신연, 원천기술 개발중

사람·번호판 식별 등 노하우 활용
CCTV 화면속 상황 실시간 분석해
범죄 발생 장소·유형 확률로 제시
경찰청 등 데이터로 인공지능 훈련
정보인권 침해 막을 장치 마련해야
사람 재식별 기술을 활용해 폐쇄회로티브이(CCTV) 속 사람의 동선을 추적하는 모습.
사람 재식별 기술을 활용해 폐쇄회로티브이(CCTV) 속 사람의 동선을 추적하는 모습.

“서울 강남역 근처 뒷골목서 폭력 범죄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가능성이 90%입니다. 당장 예방 순찰이 필요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이런 범죄 발생 예측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선 특수하게 태어나고 훈련받은 사람의 ‘예지’ 능력에 의존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과학이나 기술로 설명이 안된다”고 일축한다. 그럼 범죄 발생을 예측해 대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딸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하 연구원)이 인공지능 기술로 범죄 발생을 예측해 막을 수 있게 하는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정보보호를 위한 핵심 원천기술 개발 사업의 사회문제 해결형 과제로 ‘예측적 영상보안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해 개발에 착수해 2022년까지 끝내는 일정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티브이(CCTV) 화면 속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어느 장소에서 어떤 유형의 범죄가 발생할지를 확률로 보여주게 설계됐다. 여기에 과거 범죄 발생 통계를 접목해 범죄 발생을 예측해 막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예를 들어, 우범지대로 꼽히는 지역에서 밤늦은 시간에 남녀가 일정 거리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범죄 발생 위험도를 높게 표시해 예방 순찰을 하게 하는 식이다. 낮 시간대 번화가에선 같은 상황이 보여도 범죄 발생 위험도는 낮게 표시된다.

사람 재식별 기술 응용 가능 분야.
사람 재식별 기술 응용 가능 분야.

연구원을 중심으로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경찰청, 제주도, 서울 서초구 등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각 기관이 축적해온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실증, 현장검증과 함께 치안 관련 추가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활용 범위를 확대할 방안도 찾고 있다. 연구원은 이 솔루션의 효능에 대해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 시시티브이(CCTV)통합관제센터와 경찰관제시스템 등에 이 솔루션이 적용되면, 전국 주요 지역의 범죄 발생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 개발에는 지능형 시시티브이 영상분석, 열악한 여러 야외 시시티브이 화면 속 사람 재식별, 자동차 번호판·모델 식별 등 연구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혁신 원천기술이 대거 활용된다. 지능형 시시티브이 영상분석 기술은 영상 속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구두 발걸음 소리를 영상으로 시뮬레이션해 화면 속 상황이 미행인지, 긴박한 뜀박질인지 등을 가린다. 연구원은 “화면 속 사람이 모자·마스크·안경을 썼는지와 배낭을 멨는지 등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사람 재식별은 화면 속 특정 인물을 다른 화면에서 찾아내는 기술이다. 몸 외형과 옷·신발·모자 등의 모양과 색깔 등 주요 특징을 인식해 다른 시시티브이 화면에서 같은 사람을 찾아낸다. 범죄를 일으키고 도망 중인 사람을 추적하거나 길 잃은 어르신·아동을 찾고,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확인할 때 유용하다.

차량 번호판 복원은 사람 눈과 직감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번호판 속 숫자를 복원해내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인공지능 응용 모델끼리 경쟁시켜 성능을 높이는 ‘갠’(GAN·생성적 적대 신경망) 구조로 개발했다. 연구원의 김건우 지능화융합연구소 신인증·물리보안연구실장은 갠 구조의 작동 방식에 대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모델과 데이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감별하는 모델이 서로 경쟁하면서 점점 더 실제에 가까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개발한 번호판 복원기술은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흐린 번호판 속 숫자 알아맞히기’ 대결에서 이미 성능이 입증됐다. 사람 대표 30명과 다른 식별 기술들이 겨뤘는데, 연구원 기술이 82% 성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사람 대표들의 평균 성공률과 비교하면 21%포인트나 앞선다.

차량 번호판·모델 인식 기술 적용 모습.
차량 번호판·모델 인식 기술 적용 모습.

연구원은 예측 기술로 법원 판결문 2만건을 분석해 범죄 발생 시 함께 나타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범죄 영상 데이터 및 범죄 상황 가정 영상을 확보해 학습하게 할 방침이다. 이 기술로 성범죄 전과자 관리와 코로나19 감염자 동선 파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김건우 실장은 “시시티브이가 단순한 범죄 발생 감지 수준을 넘어 스스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예방 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신경망 모델(인공지능)을 적용해 미래형 첨단 사회안전시스템으로 발전시키자는 게 목표”라며 “디지털 기술로 안전 측면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이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악용되면 ‘빅 브라더 활개’ 플랫폼으로 전락해 국민의 정보인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 쪽에선 “기술 개발과 실증 단계부터 정보인권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기술적·제도적으로 꼼꼼한 악용 방지 장치가 마련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 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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