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카멜레온. 위키미디어 코먼스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바꾸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카멜레온은 몸의 움직임이 둔하다. 대신 놀라울 정도로 빠른 혀를 이용해 먹잇감을 사냥한다. 혀를 내밀 때의 속도가 초당 3.5미터를 넘는다. 평소 둥글게 말려 있던 혀는 순식간에 자기 몸 길이의 1.5배 거리까지 쭉 뻗어나가 먹잇감을 낚아챈다.
카멜레온의 혀를 모방한 서울과기대의 소형 포획로봇 ‘스내처’. IEEE 스펙트럼
서울과기대 기계자동차공학과 생체모사디자인실험실의 정광필 교수팀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행하는 ‘로봇공학과 자동화 레터스’ 10월호에 카멜레온의 혀를 모방한 날쌘 `포획기'(Snatcher)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카멜레온 혀를 모방한 로봇기기들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발표된 적이 있으나, 서울과기대 연구진이 개발한 것은 이전 것들에 비해 훨씬 가볍고 작은 점이 특징이라고 이 단체 기관매체 `스펙트럼'은 보도했다. 포획기는 크기가 12x8.5x8.5센티미터에 무게는 120그램이 채 안 된다. 연구진은 이 작은 포획기로 80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30그램짜리 물건을 600밀리초(0.6초) 안에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이 장치의 핵심은 직렬탄성구동기(SEA=Series Elastic Actuator)에 결합된 클러치와 태엽식 스프링이다. 두 개의 기어를 이용해 강철 줄자를 태엽처럼 감았다가 뻗는다. 속도를 두 배 높일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엔 기기의 크기가 더 커지는 단점이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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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드론에 장착해 물건 집게용으로 사용
개발 목적은 배송 드론에 장착해 물건을 집어올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이 포획기의 용도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배송 드론의 물품 집게용이다. 연구진은 `스펙트럼' 인터뷰에서 "포획기를 상업용 드론에 장착해 물건을 공중에서 집어올리는 데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실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로 `스펙트럼'지에 밝힌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구동 시스템에 좀더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재료를 찾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카멜레온의 혀처럼 물체에 닿자마자 즉시 실패없이 물체를 잡아챌 수 있는 확실한 집게(그리퍼)를 만드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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