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물체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신기술의 페인트가 개발됐다. 사진에서 보라색이 짙을수록 온도가 낮은 것을 의미하는데 페인트를 바른 정사각형 물체(왼쪽 아래)의 온도가 하늘처럼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지오터모이 만달(Jyotirmoy Mandal) 제공
빛을 강하게 반사하고 열기를 빼줘 바른 물체의 온도를 주변보다 낮게 만들어 주는 신기술의 페인트가 개발됐다. 여름철 폭염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도시 열섬효과를 줄여줄 대책이 될 전망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응용 물리·수학과의 박사 과정 연구원 지오터모이 만달(Jyotirmoy Mandal)을 비롯한 연구진은 폴리머(분자의 반복 구조로 만들어진 중합체 물질)를 기반으로 한 이 신소재 페인트를 개발해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27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바른 물체를 주변보다 낮은 온도로 떨어뜨리는 비밀은 ‘2번 증발’하는 코팅 과정에 있다. 이 특정 폴리머와 아세톤, 물을 섞어서 바르면 증발이 두 번 일어난다. 첫 번째는 아세톤이, 두 번째는 물이 증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은 하얀 페인트는 놀라운 특성을 지니는데, 마른 표면 전체에 걸쳐서 작은 공기의 빈 곳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방울 공간 구조는 빛 반사에 뛰어나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지구 상에 발견된 가장 반사율이 높은 소재 가운데 하나가 눈송이이다. 이는 눈송이 사이의 빈 공간 덕분인데, 폴리머의 빈 공간은 같은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이 다공성 폴리머의 이름은 줄여서 ‘P(VdF-HFP)HP’라고 부른다.
이 물질은 뿐만 아니라 흡수한 열을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밖으로 방출하는 특성까지 지녔다. 이 적외선은 다른 물체에 잘 흡수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지구를 빠져나가 우주까지 방출된다. 즉 이 페인트는 지구 전체 열의 총량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지닌 셈이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이 페인트가 최대 6℃까지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햇빛 아래서 이런 온도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1㎡당 96W에 달하는 데, 에너지 소모 없이 단지 페인트를 바르는 것만으로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온난화로 지구가 점차 더워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도시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섬효과로 거주민이 더 심한 고통을 받게 되어 있다. 연구진은 “현재 쓰이고 있는 냉방장치는 대부분 압축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에어컨이 대표적),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냉매가 필요하다”며 이 페인트가 친환경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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