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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일상화한 기상이변…인공위성 파수꾼이 나선다

등록 2018-09-10 06:00수정 2018-09-10 16:30

[한겨레 미래&과학]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 영향
폭염, 태풍, 홍수 등 연례행사로
정확한 관측자료 중요성 커져

미·일 고해상 관측위성으로 교체
한국도 12월중 ‘천리안 2A호’ 발사
유럽선 첫 지구바람지도 위성 띄워
자료 공유하며 수치예보 구멍 메워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2005년 허리케인 ‘윌마’ 이후 처음 미국 땅에 상륙한 메이저급(카테고리 3 이상) 태풍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막대한 피해를 준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연구는 그 배후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기상이변의 ‘뉴노멀 시대’를 맞아 이에 대응할 예보를 위한 기상위성이 활발하게 우주로 오르고 있다.

한국의 천리안2A. 세계 3번째 차세대 정지궤도 기상위성이다. 기상청 제공
한국의 천리안2A. 세계 3번째 차세대 정지궤도 기상위성이다. 기상청 제공
2017년 허리케인 하비의 상륙 당시 직접적인 피해를 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일대는 1000㎜ 넘는 집중 강수로 전례 없는 물난리를 겪었다. 6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건물 30만채, 자동차 50만대가 파괴돼 125억 달러(약 14조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미국 대기과학연구소 케빈 트렌버스(Kevin Trenberth) 박사 연구진은 지난 5월 기후과학저널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하비의 배후로 지목했다. 태풍은 26℃ 이상의 따뜻한 바다 위로 강한 바람이 불면 많은 물이 기화하면서 형성되고, 같은 원리로 바다 위를 지나면서 더 많은 수증기를 빨아들여 강력해진다. 그런데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태풍이 더 치명적으로 성장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하비가 데워진 멕시코만을 지나면서 “바다로부터 6×10의 20승 줄에 달하는 열에너지를 빨아들였다”고 추산했다.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천만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지구가 달궈지면서 허리케인뿐 아니라 각종 기상이변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올여름 기록적인 혹서로 이를 절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건조해진 공기에 초대형 산불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미국 북서부 공기가 중국 베이징보다 안 좋다”(<월스트리트저널>)는 보도까지 나왔다. 유럽 프랑스와 독일에선 기록적인 호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인도에선 이례적인 모래바람으로 수백 명이 숨졌고, 동남아시아에선 몬순기 기록적인 강우로 수십 만명이 난민 신세가 되었다. 모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기온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한 사례다.

일본의 히마와리-8 위성. 차세대 기상센서를 탑재한 첫 정지궤도 위성이다.
일본의 히마와리-8 위성. 차세대 기상센서를 탑재한 첫 정지궤도 위성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의 최전선은 ‘기상예보’일 것이다. 1분, 1초라도 빠른 기상 예측은 궤멸적인 피해를 줄이는 방패가 된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척후로 기상 관측 인공위성이 있다. 기상청은 2007년 기상예보역량진단 연구 보고서에서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결정짓는 요소로 관측이 32%, 수치예보성능이 40%, 예보관역량이 28%를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수치예보도 정확한 관측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각종 기상현상을 내려다보는 위성의 가치는 크다. 각종 기상이변의 ‘뉴노멀 시대’를 맞아 점점 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기상위성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마침 우리나라도 차세대 기상위성 ‘천리안 2A호’ 발사를 앞둔 상황이다.

허리케인 하비의 접근 당시 이를 추적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한 것은 미 해양대기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이 함께 운영하는 차세대 정지궤도 기상관측 위성 ‘고우즈(GOES)-16’이었다. 정지궤도 위성이란 적도 상공에서 지구의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면서 같은 지역을 지속해서 관측하는 위성을 말한다. 땅에서 보면 마치 고정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궤도라 부른다. 2016년 발사된 고우즈-16이 차세대라 불리는 이유는 기존 기상위성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의 기상 센서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75년 미국 고우즈-1부터 시작된 전 세대 위성들보다 최소 4배 좋은 해상도의 고해상도 색채 이미지를 훨씬 빠른 속도로 생산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천리안 2호의 경우, 1호가 3시간이 걸리던 전구(촬영 가능한 지구 전체 영역) 관측을 10분에 끝낼 수 있다. 미국은 동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고우즈-16에 이어 올 3월 서부를 관측하는 고우즈-17을 추가로 띄워 전역을 고해상으로 관측하는 역량을 갖췄다.

세계 1호 차세대 기상 정지위성 보유국의 영예는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발사돼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인 히마와리는 ‘해바라기’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일본 전역과 주변의 관측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히마와리-8을 백업하는 히마와리-9도 추가 발사 보유 중이다.

미국의 고스-16 위성. 낙뢰를 탐지하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미국의 고스-16 위성. 낙뢰를 탐지하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위성은 궤도에 따라 크게 정지궤도와 극궤도 위성 둘로 나뉜다. 약 3만6천㎞ 상공에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극궤도 위성은 지구 극지방을 통과하는 세로 방향으로 수백㎞의 낮은 궤도를 돌며 지상에 대한 보다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다. 한국은 아직 없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은 각종 저궤도 위성으로 정지궤도의 관측치를 보완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달 22일 특별한 저궤도 기상위성을 띄워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바람의 위성, ‘아이올로스’(Aeolus)다.

그리스 신화 바람의 신에서 이름을 따온 아이올로스는 약 320㎞ 높이에서 극궤도와 유사한 태양동조궤도를 돌면서 지구 전역의 바람을 측정한다. 세계 바람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최초 위성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을 어떻게 이런 규모로 측정할 수 있을까? 바로 레이저다. 아이올로스는 각지의 대기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는데, 이는 공기 중 분자의 흐름에 부딪혀 일부 광자(빛의 입자)만 되돌아오게 된다. 이 수치를 분석하면 해당 지역의 바람이 어떤 고도에서 어떤 속도로 불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바람의 측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 부분의 데이터가 현재 수치예보모델에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의 플로런스 라비어 박사는 <비비시>(BBC)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수치예보 성능을 향상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바람 관측자료”라고 말했다.

세계 위성기상 관측 커뮤니티는 예보의 정확성을 위해 관측 데이터를 대체로 공유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일본 히마와리나 미국 고우즈의 관측 데이터를 받으며 동시에 우리 기상관측 위성 ‘천리안’의 데이터도 다른 나라에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발사한 천리안위성 1호로 세계 7번째 독자 기상위성 보유국에 올라 국내 예보 정확성을 높이고 세계 커뮤니티에 기여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12월 차세대 센서의 기상위성 ‘천리안 2A’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성공하면 세계 3번째 차세대 센서 보유국이 된다.

유럽의 지구 바람지도 작성 위성 ‘아이올로스’. ESA 제공
유럽의 지구 바람지도 작성 위성 ‘아이올로스’. ESA 제공
기성의 관측 데이터는 비록 당장 닥쳐오는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거기에 그치진 않는다. 유럽의 아이올로스 위성 프로젝트는 ‘살아있는 지구 프로그램’이라는 큰 계획의 부속 프로젝트다. 이 계획은 기후 변화의 맥락 속에서 지구 시스템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 지란 큰 물음에 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당장의 기상이변에 대한 연구 못지않게 이런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지구에 주는 과부하를 이해하고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재난이 몰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때가 닥치면 어떤 첨단 기상위성도 무용지물에 불과하게 될지 모른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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