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샌프란시스코의 플래닛랩스
150개 소형 위성 궤도에 올려
하루 한 번 이상 전지구 촬영
150개 소형 위성 궤도에 올려
하루 한 번 이상 전지구 촬영
플래닛 랩스의 길이 30cm 소형 지구촬영 위성 ‘도브’. 플래닛랩스 제공
샌프란시스코 9번가에 위치한 플래닛 랩스 본사. 구글 지도
플래닛 랩스의 회사 입구. 곽노필
2010년 나사 엔지니어 3명이 창업 플래닛 랩스는 2010년 윌 마셜(현 CEO)을 비롯한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회사다. 이들은 군집위성으로 “지구의 변화를 보여주고, 손에 쥐어주고, 실행할 수 있게 해준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큐브위성 ‘도브’(Dove)를 개발했다. 2013년 4월 도브 위성 2개를 처음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3백개가 넘는 위성을 제작해 발사했다. 지난해 2월엔 인도 우주개발기구의 PSLV로켓에 도브 위성 88개를 한꺼번에 실어 발사하기도 했다. 이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산 벤처투자자들의 1억8300만달러(약 2천억원) 투자금이 든든한 밑돌이 됐다.
플래닛 랩스의 소형 위성 `래피드아이' 이미지(왼쪽)와 이 회사 입구에 있는 `스카이샛' 모형. 위키미디어 코먼스, 곽노필
0.8미터 물체까지 식별 정밀해상도 플래닛의 위성 군단은 3가지 유형의 위성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무게가 4kg에 불과한 ‘도브’다. 플래닛이 자체 개발한 길이 30cm짜리 큐브위성이다. 플래닛 위성군단의 주력으로 현재 130여개가 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플래닛스코프라는 이름의 광학 이미지 시스템을 통해 약 3미터 해상도로 지구 표면을 촬영한다. 둘째는 2015년 블랙브릿지라는 업체로부터 인수한 무게 150kg의 위성 래피드아이다. 6미터의 중간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하는 소형 위성으로 현재 5개가 지구 저궤도를 비행중이다.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2009년부터 활동해온 위성이어서 방대한 과거 이미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셋째는 지난해 4월 구글로부터 인수한 무게 100kg, 길이 1미터의 소형 위성 스카이샛이다. 2015년 구글이 사들인 테라벨라를, 구글한테 위성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붙여 다시 인수했다. 크기 0.8미터의 물체까지 식별하는 정밀해상도를 갖춘 위성으로 현재 13개가 배치돼 있다. 인수 당시엔 7개였으나 지난해 10월 6개를 추가로 쏘아올렸다. 앞으로 8개를 더 발사할 계획이다.
위성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궤도를 돈다. 유튜브
지구 표면 전체를 스캔하는 효과 플래닛의 위성들은 극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이는 위성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돈다는 걸 뜻한다. 지구가 자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뒤를 따르는 위성은 앞서가는 위성보다 조금 다른 지역을 관측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스캐너로 지구 표면 전체를 스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플래닛의 위성들이 활동하는 우주공간은 고도 500~630km에 이르는 지구 저궤도다. 저궤도 위성은 높은 궤도 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카메라로도 정밀한 지구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전 궤도가 너무 낮으면 지구 중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추락한다. 따라서 적절한 수명 유지를 위해 선택한 고도가 바로 이 구간이다. 마이크 사피안 발사·네트워크총괄본부장은 “도브 위성의 수명은 대략 2~3년”이라며 “현재 활동중인 위성 가운데 래피드아이 위성은 수명이 다하면 도브 위성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플래닛 랩스의 연구원들. 플래닛 랩스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와 7개 지사에서 4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플래닛 랩스 제공
이미지 제공 넘어 분석까지 플래닛의 인공위성들은 현재 하루에 140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지상 수신국이 처리하는 위성 이미지 데이터는 하루 10테라 바이트에 이른다. 플래닛은 올해부터 2단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단순히 위성 사진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으로 이미지 속의 물체를 인식해, 고객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분석해서 알려주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이미지들은 현재 농업, 재난 구조, 도시계획, 벌목 감시, 불법조업 감시, 자원 탐사, 해양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의 이미지 생산 담당자인 디븐 데사이는 “위성에서 본 지구 이미지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여럿 있지만 이미지 분석까지 해주는 곳은 우리가 세계 유일한 업체”라고 말했다. 예컨대 불법 조업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박 수가 몇척이나 되는지, 어떤 지역의 주택 수가 얼마나 증감했는지 등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간단히 말해 구글이 인터넷을 색인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지구의 물리적 변화를 색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사이는 “현재 20개국 정부를 포함해 100여개 나라에 걸쳐 고객들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구글도 여러 위성업체에서 수집한 전세계 위성 사진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플래닛 랩스는 자체 보유 위성을 통해 세계 모든 지역의 상황을 하루 단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도브 위성으로 찍은 샌프란시스코 전경. 플래닛 랩스 제공
올해 1월 도브 위성 3개를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로켓랩의 미니로켓 일렉트론. 로켓랩 제공
우주의 눈이 일상으로 들어온다 소형 위성은 그동안 다른 인공위성이나 화물을 발사할 때 이에 편승해 발사해 왔다.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제작비용이 저렴한 소형 위성은 발사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플래닛은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로켓 폭발 사고로 34개의 도브 위성을 공중에서 날려버린 적이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소형 위성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조사컨설팅업체인 노던 스카이 리서치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약 3500개의 소형 인공위성(1~100kg)이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로켓발사 시장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1천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 로켓랩, 벡터 스페이스 시스템, 버진 오빗, 스트라토런치 등 몇몇 회사들이 소형 위성 전용 로켓 개발에 나섰다. 이 가운데 뉴질랜드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로켓랩은 올해 1월 소형위성 전용 로켓 `일렉트론' 발사에 가장 먼저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일렉트론에는 플래닛의 도브 위성 3개가 실려 있었다. 플래닛과 로켓랩은 이에 힘입어 이미 다수의 위성 발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렉트론의 경우 최대 탑재중량은 약 230kg에 불과한 대신 발사 비용은 50억원 안팎으로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의 수십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저가 로켓과 저가 소형 위성이 만나, 기존보다 훨씬 실용적인 우주산업을 창출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우주의 눈이 일상 속으로 들어올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플래닛 랩스는 위성 이미지를 일정 기간 무료로 공개한다. 이 회사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최신 위성 이미지들을 14일간 무료로 이용(https://www.planet.com/products/planet-imagery/)할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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