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쪼여 열 간직 액체상태 유지
가시광선 쪼일땐 열 방출 고체 변화
가시광선 쪼일땐 열 방출 고체 변화
MIT연구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뜨거운 태양의 열을 받아 액체가 된 물질에 담긴 열을 저장해두다가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이른바 ‘열 배터리’의 진전된 모형이 나왔다. 아직 실용화까지는 먼 기술검증 단계의 연구성과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열을 받아 액체가 되었다가 열을 방출하며 고체가 되는 ‘상전이 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에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화학 구조를 바꾸는 소량의 분자를 섞은 ‘열 배터리’ 물질을 만들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공개논문). 흥미로운 점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물질에 특정 파장대의 자외선을 쪼여 열을 저장하고서 필요할 때 특정 파장대의 가시광선을 쪼여 열을 꺼내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열 배터리는 낮 시간대에 태양열 자체를 저장했다가 밤 시간대에 저장된 열을 꺼내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목받았으나, 녹으면서 열을 저장한 상전이 물질이 오랜 동안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열을 저장하기 어렵고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제어기법의 개발은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진은 기존의 상전이 물질이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화학 구조를 바꾸는 분자들을 첨가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푸는 데 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매사추세츠공대의 대학 매체는 연구진이 개발한 열 배터리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빛 파동에 반응하는 유기화합물을 지방산에다 결합해 이런 성과를 얻어냈다. (새로 만든 화합물의) 이런 배합으로 인해, 빛에 민감한 성분은 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다른 성분의 열 속성을 바꿀 수 있다. 혼합 물질은 열이 가해질 때 녹는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온도가 내려갈 때에도 그 물질은 녹은 상태를 유지한다. 그 다음에, 또다른 빛 파동이 촉발 작용을 하면 이 물질은 다시 고체가 되면서 상전이의 열 에너지를 되돌려준다. ‘빛에 의해 활성화하는 분자를 기존의 잠열 개념에 합침으로써 우리는 융해, 고체화, 과냉각 같은 속성들에 대한 새로운 종류의 제어 수단을 얻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MIT 뉴스’에서)
즉, 열의 저장·방출을 유발할 열 반응 분자들이 담긴 상전이 물질은 자외선을 쪼일 때 온도는 떨어져도 열 에너지를 간직한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파란 빛의 가시광선을 쪼일 때에 다시 반응해 열 에너지를 방출하며 고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 배터리의 열 저장 시간은 현재 ‘10시간 정도’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나리라고 연구진은 기대한다. 이 물질은 그램당 200주울의 열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이런 기술이 개념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상전이 물질의 열 저장 속성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하는 광반응 물질의 잠재력이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열 배터리는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요리, 난방, 농작물 건조에 이용할 수 있으며 또한 우주에서 열을 저장해두고 이용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되고 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상전이 물질을 이용해 열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이른바 ‘열 배터리’를 연구자(그레이스 한)가 들어보이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제공
파란 빛을 쪼이면 열을 저장한 물질에서 열 에너지가 방출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제공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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