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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핵심 기술’ 75톤 엔진의 75초 연소실험 성공…한국형 로켓의 꿈, 솟아오르다

등록 2016-06-09 19:12수정 2016-06-09 22:31

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발사체 개발용 75t급 로켓엔진 연소시험이 진행돼 엔진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뿌린 물이 수증기로 변해 치솟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발사체 개발용 75t급 로켓엔진 연소시험이 진행돼 엔진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뿌린 물이 수증기로 변해 치솟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 발사체 엔진시험 첫 공개
항우연, 목표 140초의 절반 넘겨
독자기술 로켓 성공여부 가늠자
나로호는 러시아 추진체로 성공
“앞으로 누적 2만초 시험 거쳐야”
8일 오후 5시45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5층짜리 통제동 건물 옥상에서 20여명이 침묵 속에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뒤 멀리서 낮은 파열음이 터지더니 진동이 건물을 타고 올라와 이들을 흔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이어졌지만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동안의 한 남자는 미동도 않고 한 지점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발사체엔진개발단장 김진한 박사였다. 그의 눈길이 멈춘 곳에선 허연 연기가 무섭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용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웅장한 기세였다. 1분15초. 정확히 75초가 지난 뒤, 용이 마지막 숨을 내쉬는 듯한 둔중한 소리와 함께 진동과 연기가 멎었다. 일순간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제야 김 박사의 입가에 웃음기가 돌았다. 여러 차례 연소시험을 치러온 그도 “75초가 이렇게 길다니, 온몸의 털이 곤두서서 혼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항우연은 9일 “한국형발사체(KSLV-Ⅱ) 75t급 엔진의 75초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았다. 목표가 140초이니 절반이 넘은 셈이다. 땅으로 불꽃을 뿜어내는 추력엔진은 중력을 이겨내고 발사체를 밀어올려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의 핵심이다. 미사일에도 응용되는 기술이기에 어떤 나라도 일체의 이전을 꺼리는 민감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만큼 개발도 어렵고 사고도 많다. 로켓 개발은 194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여전히 평균 실패율이 5%가 넘을 정도다. 이날 시험을 앞두고 항우연 쪽은 “엔진은 어떤 예상치 못한 이유로도 폭발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75t 엔진은 지난 5월3일 처음 1.5초 연소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8번 시험을 마쳤는데, 시험 장면을 취재진이 직접 지켜보기는 처음이다.

75t급 엔진은 우리나라 발사체 개발의 중추와도 같다. 2013년 1월 우리나라는 두 차례 실패 뒤에 140t급 나로호를 우주로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100㎏ 과학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 11번째 위성 발사 국가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추진체가 러시아제여서 완전 자력 발사에는 못 미쳤다. 최고 수준의 기술로 만든 위성을 여전히 남의 로켓에 실어 보내는 서러운 처지다. 정부가 300t급 3단형 로켓의 한국형발사체를 2021년까지 독자 기술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300t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만든다. 결국 75t급 엔진의 성공 여부는 한국형발사체 자립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가늠자다.

이날 연구진은 긴장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침묵을 지킨 반면, 취재진 사이에선 예상을 넘는 엔진의 위력에 허 찔린 감탄이 이어졌다. 75t 엔진의 진동은 시험장에서 1.8㎞ 떨어진 통제동 옥상의 안전난간을 뒤흔들었다. 흰 연기는 엔진에서 내뿜는 불길로 인한 주변 과열을 막기 위해 퍼붓는 물이 증발한 수증기로, 이날 75초 동안 9만ℓ의 물이 뿌려졌다.

하지만 이날 성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시험 결과를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에게 “앞으로 모두 220회, 최장 140초, 누적 2만초의 연소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엔진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총평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고흥/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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