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모양의 그래핀 공과 바다 성게(오른쪽).
그래핀은 전기가 잘 통하고 철보다 강함에도 이를 이용해 전지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2차원 탄소원자층인 그래핀으로 전극을 만들면 그래핀 판과 판 사이에 강한 인력(반데르발스힘)이 작용해 흑연처럼 다층구조로 쌓이거나 뭉쳐 이온들이 잘 움직이지 못하게 돼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연구팀은 성게 뿔처럼 삐죽삐죽한 표면을 가진 공 모양의 그래핀 분말을 만들어 전지 용량을 기존보다 3~4배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친환경 전기자동차나 신재생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위해 고용량이면서 신속한 충·방전이 가능한 압축형 전지(슈퍼커패시티)를 개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키스트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의 손정곤 선임연구원과 이상수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18일 산화철과 산화 그래핀을 이용해 성게처럼 삐죽삐죽하게 생긴 공 모양의 그래핀 분말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재료분야 유명학술지 <어드밴스트 펑크셔널 머티리얼스> 7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산화철 입자를 강한 산으로 녹여내면 성게처럼 뾰족한 모양으로 깎인다. 연구팀은 이런 식각 현상에 주목해 산화철 입자에 산화 그래핀 용액을 코팅한 뒤 강산으로 일단 녹여내고 이어 산화 그래핀 용액을 환원시켜 산화철 모양대로 구겨진 성게 모양의 그래핀 공을 만들었다. 산화철 입자는 저렴하고 제조방법도 간단하기에 그래핀 분말을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성게 모양의 그래핀 공은 전기전도도가 높고 표면적도 늘어나 전극으로 만들었을 때 전기 저장용량이 3~4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래핀 공은 다른 접착제나 첨가제 없이도 다양한 전극 기판에서 압착 등으로 전극을 만들 수 있을 뿐더러 용매에 잘 분산돼 기존 전지 제작 공정을 바로 쓸 수 있어 차세대 고성능·고압축 전지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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