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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개방체제 실험실 만들터”
혈액응고를 막는 생체 고분자 물질을 개발해 1983년 미국에서 최초의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약제학과 생체공학 분야의 저명 화학자 김성완 박사(65·미국 유타대학 석좌교수)가 봄 학기부터 국내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한양대 응용생명공학부 석좌교수로 위촉됐다.
한국계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2개의 미국 학술원(공학·의학 학술원)의 정식회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전자우편을 통해 “무엇보다 새 학기부터 한국의 젊은 후학들과 함께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에 석달씩 국내에 머물며 특강도 하고 연구활동도 한다.
1966년 미국 유학 이후 고국을 떠나 산 그는 국내 대학에 ‘다국적 생명공학 실험실’을 여는 게 꿈이다. 그는 “다른 국내 대학엔 없는 ‘오픈 시스템’(개방체제)으로 실험실을 설계해 외국의 여러 연구실들과 실질적인 교류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의료용 고분자를 중심으로 유전자 치료, 세포 치료, 생체공학 등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싶다”고 말했다.
평생을 ‘약물 전달 시스템’ 연구에 매달린 그는 74년부터 여러 기능성 생체 고분자 물질을 잇달아 개발해 생체와 약물 전달에 응용하는 등 약제학과 고분자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왔다. 그를 거쳐간 한국인 제자도 40여명에 이르러 국내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사람 몸 안에 들어간 약물이 체온과 산도에 따라 방출량을 조절해 늘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게 하는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요즘 치료용 유전자를 고분자 운반체에 실어 몸 안에 전달함으로써 심장병·당뇨병·암 등 유전성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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