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구내에서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 등 각종 장비들이 장착된 무인발레파킹 실험용 차량들이 스스로 주차장을 찾아가다 마주치자 서로 충돌을 회피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무인 주차’ 기술 개발 가속화
혼잡한 도시 속 주차전쟁
사회적 비용만 한해 수조원이다
전자통신연구원이 발벗고 나섰다
부품 20여개…핵심기술은 확보했다
관건은 얼마나 싸게 내놓느냐는 것
평창올림픽 ‘무인 셔틀’에 기대 건다 ‘김여사’는 초보운전자, 운전이 미숙한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무료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김여사를 검색하면 수많은 운전 실수 장면들이 올라온다. 이 가운데서 압권은 한 여성 운전자가 직각주차 곧 ‘티’(T)자 주차를 못해 여러 차례 차를 전후진하다 결국 다른 운전자의 도움으로 주차를 하는 장면이다. 최근 대형병원들이 주차 대기시간을 대폭 줄였다는 홍보자료를 잇따라 내놓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차량번호 자동인식 시스템과 무인 주차비 정산을 통해 입차시간은 평균 6초에서 3초 이내로, 출차시간은 18초에서 7초로 대폭 줄였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도 입차에는 5초에서 2초로, 출차에는 15초에서 2초로 줄어들었다는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대형백화점들도 주차만 해놓으면 알아서 시간과 위치를 확인해주고 단말기에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주차한 위치와 차량까지 빨리 갈 수 있는 경로를 알려주는 ‘주차 위치 확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손님들의 주차 불편 해소와 시간 절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혼잡한 도시에서 여전히 주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시간을 빼앗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도시계획과의 도널드 슈프 교수가 1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의 한 작은 상가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차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자동차들의 주행거리를 다 합할 경우 지구를 38바퀴 도는 것과 같고, 17만7909리터(4만7000갤런)의 휘발유를 소비해 730톤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다. 주차와 관련해 일어나는 사고도 적지 않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해마다 58~101명의 어린이가 출차·주차차량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를 봐도 고령층 보행자의 부상사고 가운데 11.6%는 주차공간에서 일어난다.
김여사의 ‘운치’ 탈출법은 없을까? 주차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을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트리) 산업아이티융합연구단 자동차인프라협력연구실의 최정단 실장은 “차량 장착용 센서와 도로 인프라 센서를 결합해 출발지에서 주차공간까지 차량을 자동으로 유도하는 자동발레파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김여사도 주차의 달인이 될 수 있다. 한해 수조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차량에 위성항법장치(GPS)와 초음파 센서, 카메라 센서 등을 장착해 차량 스스로 주차장을 찾아가 주차공간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주차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주차 관련 기술들은 잇따라 개발돼 일부는 상용차에 적용되고 있다. 일본 닛산은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다. 차량의 네 방향에 180도 돌아가는 카메라를 장착해 360도 상황을 쉽게 파악하며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기술이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아르(R)나 현대차의 일부 기종은 변속기어와 가속페달, 브레이크만 운전자가 작동하고 스티어링(핸들)은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주차보조시스템’(PAS)을 탑재하고 있다. 직각주차도 가능하며 평행주차 상태에서 앞뒤 차량과 25㎝ 간격만 있으면 자동 출차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운전자의 주차 동작을 도와주는 정도의 수준에 그친다. 주차로 인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려면 <전격 제트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처럼 자동차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가능해진다.
전자통신연구원 연구팀은 연구원 입구에 도착한 방문객이 차에서 내려 단말기로 차량에 주차 명령을 내리면 자동차가 주차장까지 무인주행을 한 뒤 비어 있는 주차공간을 찾아내 주차를 하고, 이후 단말기로 출차를 명령하면 운전자가 있는 곳까지 자동차가 와서 멈추는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자동차업체 아우디는 무인주차자동차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원격조종을 하자 전후방 6개씩 모두 12개의 센서가 작동해 차량 스스로 주차를 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최정단 실장은 “전자통신연구원에서도 4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건은 정밀도 높은 센서를 얼마나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개발중인 무인주차자동차에는 초음파 센서, 저가형 지피에스, 어라운드 뷰 모니터 카메라 등 20여개의 부품이 장착된다. 1대당 가격은 지피에스가 5만원, 초음파 센서는 12만원, 어라운드 뷰 모니터 카메라는 50만원 선으로, 센서값만 200만원이 넘게 든다. 하지만 각종 센서들의 가격은 양산에 들어가면 낮아져 전체 센서값을 5분의 1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가격보다 싸게 만드는 것이 연구팀의 목표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각 센서들이 취합하는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해 자동차가 정확하고 안전하게 주행하고 주차하도록 유도하려면 컴퓨터 시스템(알고리즘)의 성능이 우수해야 한다. 국내 무인자동차 제조 업체인 언맨드솔루션의 문희창 대표는 “지금도 최고급차들은 자율성을 갖고 제어하는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90%쯤은 무인차라고 봐야 한다. 사람 대신에 작동을 명령하고 제어할 소프트웨어만 탑재되면 무인차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센서가 보내온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의 소형화도 극복할 과제다. 19일 찾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언맨드솔루션 작업장의 무인자동차 한 대에는 컴퓨터가 6~7대 장착돼 있는 반면 진화한 다른 자동차에는 컴퓨터 1대가 들어 있었다. 문 대표는 “무인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되려면 엄청난 데이터가 수집되고 분석돼야 하기에 미니슈퍼컴급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통신연구원 연구팀은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문영준 미래교통물류기술융합연구실장 연구팀은 평창올림픽 때 선수촌과 경기장 사이를 공항의 무인모노레일처럼 오가는 무인셔틀을 운행하는 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또 선수나 운영진에게 전기자동차를 제공해 이용하도록 하고, 사용자가 쓰지 않을 때는 자동차 스스로 충전소를 찾아가 충전한 뒤 다음 사용자의 호출이 오면 그곳까지 스스로 움직이는 시스템도 갖출 방침이다. 손주찬 전자통신연구원 산업아이티융합연구단장은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도요타 등이 무인자동주차 차량을 공개하면서도 단순명료한 ‘무인차’라는 말 대신에 ‘첨단 능동형 안전 강화 차량’(AASRV) 등 복잡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기존의 자동차 산업 구조에 균열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와 불투명한 시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처럼 국제적 이벤트에서 무인자동차나 지능형 교통시스템에 의해 자동 유도되는 자동차가 활용돼 관심을 끌면 자동차산업에 큰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인주차자동차가 실용화하려면 무엇보다 법·제도·보험 등의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지난해 무인자동차 시험 및 주행안전에 관한 법규를 마련한 데 이어 네바다주와 플로리다주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에 들어갔다. 순주찬 단장은 “수륙양용선(위그선)이나 무인충전 기술 등의 경우 제도 마련이 안 돼 있더라도 기술적 완성도가 인정되면 임시인증을 내주는 ‘융합신제품 적합성 인증제’가 적용됐던 것처럼 무인주차 자동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법적·제도적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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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인자동차 제조 업체인 언맨드솔루션이 개발한 무인자율주행차량. 일반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장치들은 100여개에 이르지만 무인자동차에는 10배가 많아야 한다. 이를 조정하려면 미니슈퍼컴급 컴퓨터가 장착돼야 한다. 언맨드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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