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기생 ‘톡소포자충’
배설물 통해 외부 퍼뜨러져
국내 감염률 작년 25% 달해
배설물 통해 외부 퍼뜨러져
국내 감염률 작년 25% 달해
올 여름 폭염을 다소 식혀준 영화 <연가시>는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그 기생충에 의해 조종돼 갈증을 느끼며 스스로 물에 빠져 죽는다는 내용이다. 연가시는 주로 사마귀를 숙주로 삼고, 사람이 감염되지는 않아 영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고양이 몸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인 ‘톡소포자충’(톡소플라스마 곤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메릴랜드약대의 테어도어 포스톨라치 교수는 최근 의학전문 학술지 <일반정신의학회보>에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1992~1995년 사이 출산한 덴마크 여성 4만578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살을 기도한 경우가 1.8배 높았고, 자살을 생각한 경우도 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자살 위험도는 1.54배 높았다. 미국 미시간대 약대의 레나 브룬딘 교수도 <임상정신의학> 8월호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한테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배설물을 통해 외부로 퍼진다. 쥐가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공포심을 잃어 도망가지 않고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충이 고양이에게 들어가려고 쥐의 신경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람은 고양이 배설물을 치우거나 할 때 옮기도 하고, 오염된 야채나 과일 또는 덜 익힌 고기를 통해 감염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됐다는 보고도 있고, 대한기생충학회는 1980~90년대 2~8%에 머물던 우리나라 감염률이 지난해 25%까지 늘어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감염자에게 뇌수막염과 림프절염 등 염증이 발생할 뿐 대부분 사람들한테는 잠복해 직접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연구팀이 임산부를 대상으로 자료 조사를 한 것은 태어난 아이들에게 톡소포자충 항체가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신생아들은 태어난 지 적어도 석달 동안은 톡소포자충 항체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기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면 그것은 엄마한테서 물려받은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 식물의 바이러스도 번식을 위해 곤충의 행동을 조종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아이다호주립대 식물·토양·곤충학부의 닐사 보스크-페레즈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가 발간하는 온라인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보리에 서식하는 바이러스가 진딧물을 조종해 자신들의 후손을 퍼뜨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맥류황화위축바이러스에 감염된 보리와 그렇지 않은 보리를 진딧물에게 먹여보니,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딧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보리를 좋아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진딧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보리를 선택했다. 연구팀이 감염된 것처럼 만든 가짜 보리는 사흘이 지나도록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보스크-페레즈 교수는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의 바이러스가 진딧물이 상황에 따라 달리 행동하도록 조종하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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