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상연구소, 산불 확산 예측기술 개발
발화지점 알면 방향·속도 등 경로 알수 있어
계명대 연구팀은 자동감지시스템 개발 앞둬
발화지점 알면 방향·속도 등 경로 알수 있어
계명대 연구팀은 자동감지시스템 개발 앞둬
우리나라에서 2001~2010년에 발생한 산불은 4779건으로, 반수 이상이 3월과 4월에 집중해 일어났다. 올해 겨울은 눈이 적게 와 평균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기상청은 지난 2월 한달 동안에만 13번, 눈·비가 적지 않았던 지난달에도 6번이나 건조 특보를 발령했다. 올해 봄철 강수량은 여느 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겨울에 바싹 마른 숲에 불이 나면 언제라도 대형 산불로 커질 공산이 크다.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대형 산불은 27건으로, 이 가운데 24건이 봄에 발생했다. 소실면적이 30㏊ 이상이거나 24시간 이상 산불이 지속되면 대형 산불로 분류된다. 크고 작은 산불의 절반가량은 등산객 등 입산자의 실화이지만 낙뢰 등에 의한 자연발화로도 가끔 발생한다. 산불을 미리 발견하고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을 예측해 진화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시스템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는 최근 ‘산불확산 스마트 예측 및 방재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의 ‘초단기 기상 분석 및 예측 시스템’(케이랩스·KLAPS)과 산림청의 ‘산불확산모델’을 결합해 만들었다. 케이랩스는 2010년에 완성된 것으로 매시간 국내 기상관측자료와 위성자료, 레이더자료, 수직측풍기(수직으로 움직이는 바람 측정), 낙뢰 자료 등을 분석한 값을 산출해준다.
산불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는지를 알면 산불확산 스마트 예측 시스템은 발화점의 대기 상태 값과 산불의 뜨거운 기운에 의해 발생할 수직바람 속도, 발화 지점으로 불어들어올 바람의 변화, 그 지점의 산림 상황 등을 종합해 불이 어느 방향과 속도로 번져나갈지를 예측해낸다. 이용희 기상연구소 예보연구과장은 “산불이 발생한 위도와 경도 값을 넣어 슈퍼컴퓨터에서 20분 정도 분석하면 12시간 뒤까지 산불의 확산 경로를 예측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불이 어떻게 확산할지 알 수 있다면 미리 진화 대책을 세워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수목 분류 등이 미국 기준으로 돼 있는 수목 데이터베이스가 한국형으로 완전 교체되고, 업무지침 변경 등 방재체계와의 연계가 완료되면 2013년께 현장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산불의 발생을 빨리 알지 못한다면 ‘스마트한’ 산불확산 예측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특히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많이 부는 3~4월의 산불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계명대 고병철 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에 들어간 ‘주야간 산불화재 자동 감지 시스템’을 4월께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건물 안에서 열이나 가스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화재감지기로는 열린 공간의 산불을 감시할 수 없다. 고 교수팀은 불꽃과 연기 영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분석해 산불임을 확인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연기는 보통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구름이나 안개와 구분된다. 연구팀은 산불로 연기가 나는 상황과 안개·구름 상태를 구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컴퓨터 스스로 학습을 하도록 했다. 컴퓨터가 분석하기에 특정 영상이 산불 연기일 확률이 60% 정도 되면 경고를 울린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알고리즘은 98%의 검출 성공률을 보여, 세계에서 가장 앞서 연구를 하고 있는 터키 시스템(79%)보다 성능이 뛰어났다. 고병철 교수는 “기술 이전을 통해 산불감시 카메라에 분석장치까지 결합한 제품을 5월께 출시할 계획”이라며 “산불감지와 산불확산 예측 시스템이 연동되면 산불이 대형화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2005년 4월5일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20m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급기야 낙산사까지 불태웠다. 그러나 기상연구소가 최근 완성한 ‘산불확산 스마트 예측 시스템’으로 당시 상황을 모사해본 결과 산불은 두차례에 걸쳐 번졌으며(그림 참조), 1차 피해 뒤 2차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사전에 예측해 진화 대책을 세웠다면 낙산사 전소를 막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