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화학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효고현의 하리마연구소 전경. 둥근 건물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사광가속기 ‘스프링-8’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제공
인재·예산운영 등 연구원에 전권줘야 조기정착 가능
전범 삼는 독일 막스플랑크, 인재 70~80% 외국서 영입
일각선 ‘교수·연구원 겸직 금지 해제-영년직 보장’ 주문
전범 삼는 독일 막스플랑크, 인재 70~80% 외국서 영입
일각선 ‘교수·연구원 겸직 금지 해제-영년직 보장’ 주문
‘과학벨트 성공 가늠자’ 기초과학연 운영 어떻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과학벨트위)가 오는 16일 애초보다 보름여 앞당겨 최종 터를 확정하는 등 과학벨트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과학벨트위 산하 기초과학연구원위원회가 12일 열리는 등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문제가 다음 의제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과학계는 과학벨트의 운명은 기초과학연의 성패에 달려 있으며, 기초과학연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학문적 탁월성을 지닌 인물들을 영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위인설관식 조직을 한다고 생각해야”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에는 자율과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조직체에서 위인설관은 나쁘다고 하지만 기초과학연 산하 연구단은 위인설관식으로 단장에게 맞춰 조직을 꾸려 단장에게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고 행정적 지원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포항공대(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도 “기초과학연의 미래는 사람과 의사결정 구조에 달려 있다”며 “어느 분야의 연구단을 어디에 설립할지를 놓고 과학자와 기획본부가 공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이런 문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전범으로 삼고 있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경우 연구단장의 절반 가까이와 젊은 연구원의 70~80%를 외국에서 영입하고 있는 것은 역동적인 인재 순환체계를 정교하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 약방의 감초 ‘막스플랑크연구소’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역대 정권이 과학계 구조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전범으로 삼은 연구소들이다. 이번 정부의 기초과학연 구상도 이들 연구소를 바탕으로 했다. 정광화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은 “2000년대 출연연구소들을 기초·공공·산업기술연구회에 소속시켜 국무총리 산하에 둘 때도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이화학연구소를 벤치마킹했으나 가장 중요한 예산의 자율성 부분이 빠져 초기 디자인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애초에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일괄적으로 배정하면 연구회가 산하 연구소에 배분을 해주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재경부가 일일이 출연연마다 예산을 나눠주다 보니 연구회는 옥상옥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타조알이 아무리 커도 수정이 안 되면 타조가 나오지 못하듯이 연구원장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수와 연구원 겸직 금지 풀어야” 과학자들은 기초연구단의 일몰제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기초연구단의 성격에 따라 최장 10년간의 연구를 보장한다는 구상이 제시되고 있지만 영년직(테뉴어)이 주어지지 않으면 우수한 연구인력을 유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현석 울산과학기술대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10년 뒤가 보장되지 않으면 젊은 과학자들이 올 리 없고, 온다 해도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초과학연구원위원회 위원인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연구자들이 대학과 연계해 신진 학생들을 연구에 투입할 수 있도록 신분상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현재 대학 교수와 연구소 연구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해놓은 법 규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의 경우 외국인은 우리나라 대학교수를 겸직할 수 있지만 국내 국립대학 교수는 외국대학 교수를 겸직할 수 없다. 실제로 서울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적 대학을 만들겠다며 서울대 교수들을 연간 3개월의 겸직 교수로 초청했지만 겸직 금지 규정 때문에 교수 파견을 포기해야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 분소인 ‘슈투트가르트 전자현미경센터’. 투과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한 신소재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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