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사추세츠공대의 미디어랩이 설립한 비영리민간기구 오엘피시가 만들고 있는 75달러짜리 피시
적정기술은 저개발국, 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착한 기술’을 말한다. 오엘피시(‘한 아이에게 랩톱 한 대를’의 뜻)는 적정기술을 적용해 내년 2월 75달러(8만6000원)짜리 ‘태블릿 피시’를 내놓는다. 오엘피시는 2005년 “제3세계 어린이에게 100달러 미만의 컴퓨터를 보급해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 랩’이 설립한 비영리 국제기구다. 3년 만인 2007년 기존 컴퓨터의 30분의 1 전력이면 가동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는 발전핸들을 돌리거나 태양전지로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컴퓨터끼리 소규모 무선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으며 위키피디아 등 공개정보가 내장됐다. 우루과이의 모든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등 올해까지 200만대를 보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정기술을 선보인 행사가 열렸다.
피아노가 없는 오지 마을 아이들의 음악 공부, 잇따르는 보육원 영아 돌연사, 장애인들의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
소외와 자원 부족에서 오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는 ‘융합과학기술개론’ 수강생 20여명이 ‘적정기술 발표회’를 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한 팀은 ‘엘이디(LED) 버튼 패드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각종 악기 소리가 나도록 만든 ‘슈거 큐브’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각설탕 크기의 버튼 16개를 눌러가며 악기 소리를 낼 수 있어 아이들이 악기 없이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연주해볼 수 있다. 재료로 들어간 비용은 8만원인데, 학생들은 양산에 들어가면 2만원이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다른 팀은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적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을 문자로,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트윗블라인드’라는 장치를 고안했다. 발표를 한 김응찬(디지털정보융합학과 석사 1년)씨는 “시각장애인들의 활동 반경은 좁을 수밖에 없는데 음성 트윗 장치는 이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팀원들이 모두 소속 학과가 달라 모이기는 힘들었어도 오히려 풍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영유아에게 열센서와 중력센서(자이로센서)를 부착해 질식에 따른 돌연사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영세농의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저농도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 등을 소개했다.
이번 학기 과목을 담당한 강남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년 전 문을 연 융합대학원에는 자연대·공대뿐만 아니라 음대에서 인문대까지 다양한 학부 출신 학생들이 모여 있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며 “적정기술 수업은 실질적으로 융합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학생들의 발표를 지켜본 이재철 오엘피시 아시아총괄대표는 “이용자의 환경을 고려해 기존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내는 적정기술은 반도체 고용량 연구를 하던 학생이 반도체를 쓰지 않는 시모스(CMOS) 회로를 만드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런 기술을 정규 과정으로 인정해주는 조건이 형성돼야 진정한 융합기술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학생들의 발표를 지켜본 이재철 오엘피시 아시아총괄대표는 “이용자의 환경을 고려해 기존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내는 적정기술은 반도체 고용량 연구를 하던 학생이 반도체를 쓰지 않는 시모스(CMOS) 회로를 만드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런 기술을 정규 과정으로 인정해주는 조건이 형성돼야 진정한 융합기술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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