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선수는 왼쪽 어깨의 승모근에 하중이 많이 가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해마다 훈련을 통해 조금씩 양쪽 어깨에 균형을 이루는 자세를 익혀왔다. 사진은 왼쪽부터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장면. 체육과학연구원 제공
왼쪽어깨 기울어 승모근 과부하
보조근육 단련 맞춤훈련 ‘수훈갑’
보조근육 단련 맞춤훈련 ‘수훈갑’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사실상 ‘역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장미란 선수의 선전에는 정밀한 스포츠과학의 뒷받침이 있었다.
문영진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3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연 ‘스포츠과학포럼’에서 “장미란 선수는 왼쪽 어깨가 기우는 습관이 배어 있어 어깨근육의 하나인 승모근에 과부하가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보완 훈련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는 상당히 개선된 모습으로 멋진 우승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승모근이란 뒤통수에서 어깨, 등까지 넓게 늘어져 있는 힘줄로, 스님들이 쓰는 모자처럼 생겼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장미란은 오른발을 뒤로 빼고 바벨을 들어올리는 습관도 가지고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뒤 감독, 코치, 장 선수와 문 책임연구원이 함께 모여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우리 선수들이 바벨을 들 때 너무 엉덩이가 밑으로 내려가고 일어선 뒤에는 무게 중심이 바벨 위로 빠져나가 마지막 힘을 쏟을 때 큰 힘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힘이 중요한 용상에서는 실력을 발휘하는 데 비해 힘보다는 기술이 중요한 인상에서는 성적이 부진한 원인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장사’라는 칭호를 듣던 김태현 선수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6위에 그친 것도 용상에서는 260㎏을 든 반면 인상에서는 200㎏에 그쳤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장미란 선수가 바벨을 들 때 사용하는 근육들의 근전도(근육이 수축했을 때 흐르는 전류의 증폭)를 측정한 결과 왼쪽 승모근은 다른 어느 근육보다도 높고 오른쪽 승모근의 거의 4배에 가까웠다.
문 책임연구원은 장미란 선수에게 ‘경기 초반에 하체를 펴는 힘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고, 상체는 가능한 한 펴지 않은 상태로 바벨을 견디면서 올라오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또 바벨이 무릎 위를 지나면서부터는 하체는 지면을 꾹 누르고 펴지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허리 근육으로 고관절을 펴면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바벨이 대퇴의 3분의 1 지점을 지난 뒤부터는 무릎을 자연스럽게 넣으면서 마지막 동작을 할 것을 권했다.
문 책임연구원은 “지난 1월 교통사고로 몸의 균형이 많이 깨져 장 선수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그러나 자신의 몸 상태에 걸맞은 과학적 운동을 통해 보조근육들을 충분히 단련시킴으로써 금메달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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