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록·임동수팀 최초 발견
표적치료제 개발 활용될 듯
표적치료제 개발 활용될 듯
세포 안에 있는 ‘에니그마’라는 단백질이 암세포가 자라는 데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항암제의 내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국내 과학자가 처음 발견했다. 에니그마는 간암·위암 등을 포함하는 암 표적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정초록(38·사진)·임동수(58) 박사 연구팀은 9일 에니그마가 많이 발현되면 암 유발효소인 ‘엠디엠2’(Mdm2)가 활성화되고 이로 말미암아 암 발생억제 유전자인 ‘피53’(p53)의 기능이 떨어져 암세포 증식이 활발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에니그마는 뼈나 근육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을 뿐, 암 발생이나 진행과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p53은 세포에 손상이 생겼을 때 세포를 복구시킬지 사멸하게 할지를 결정하는 ‘감시자’ 구실을 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암 발생억제 인자로, 31년 전에 발견됐다. Mdm2는 이 p53에 유비퀴틴이라는 작은 단백질을 붙여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효소로, 정상세포에서 Mdm2 농도가 증가하면 p53이 줄어들어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좀비’ 세포로 남게 만든다.
연구팀은 사람의 간암 및 위암 조직에서 에니그마와 Mdm2가 암세포 안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단백질들이 많으면 p53이 적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에니그마가 많이 발현되는 암세포는 항암제인 아드리아마이신을 투여해도 계속 증가하지만, 에니그마 발현을 차단하면 암세포 증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을 생쥐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 9일치(한국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종료된 21세기 프런티어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우수·유망기술 도약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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