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48) 단장
표준과학연, 독일 기업과 심자도 측정기술 이전 협약
이용호 단장 등 연구중단 고비 넘기며 이룬 ‘쾌거’
기술료 수입 최소 361억…일자리 창출 등 효과 기대
이용호 단장 등 연구중단 고비 넘기며 이룬 ‘쾌거’
기술료 수입 최소 361억…일자리 창출 등 효과 기대
20년의 끈기 있는 연구가 고가 의료장비 기술의 수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융합기술부 뇌인지측정연구단의 이용호(48·사진) 단장은 1989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표준과학연구원을 첫 직장으로 잡았다. 연구원에서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극미세 신호를 검출할 수 있는 초정밀 측정소자인 ‘스퀴드 센서’를 연구해달라며 ‘스카우트’한 것이다.
이 단장은 운이 좋았다. 1989~91년 3년짜리 과학기술부(교육과학부 전신) 특정연구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끊이지 않고 11개 연구과제를 따내며 스퀴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20년 동안의 한 우물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심자도 측정장치(MCG) 개발로 이어졌다. 심장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측정하는 이 장치는 차세대 심장진단 기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표준과학연은 독일의 의료벤처회사와 심자도 측정장치 기술이전 계약을 함으로써 밤샘작업의 연속이었던 연구개발은 성공이라는 마침표를 찍었다.
김명수 표준과학연 원장과 독일 바이오마그네틱파크의 이월선 대표는 이날 대전 표준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심자도 측정장치 기술이전’ 협약을 맺었다. 표준연은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15억5천만원의 선급기술료를 받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20년 동안의 기술실시 기간에 발생하는 매출의 3%를 경상기술료로 받기로 했다. 표준연은 경상기술료 수입이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36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정부 출연 연구소가 기술이전을 할 경우 연구자가 기술료의 50%를 지급받게 돼 있다. 이 단장은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식구들에게 그동안 고생의 대가로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의 ‘성공’이 있기까지는 여러차례 고비가 있었다. 그동안 11개 연구과제 가운데 100% 심자도 연구만은 3개밖에 안된다. 또 10년짜리 연구과제가 3년 만에, 또 5년짜리 과제가 2년 만에 중단된 적도 있다. ‘나노’로 연구 방향을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도 했다. 이 단장은 “하지만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연구할 수 없는 것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과제에 ‘숨겨서’ 연구를 하면서도 심자도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2004년 마침내 심자도 측정장치가 완성됐다. 심장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세기는 지구자기장의 1천만분의 1 이하로 매우 미약하다. 특수 자기센서인 스퀴드를 이용하면 지구자기장의 100억분의 1 정도의 미약한 변화도 측정할 수 있다. 심자도 측정장치는 심장 근육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를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측정해 이상 부위를 찾아냄으로써 진단의 정밀성을 높일뿐더러 환자의 진료 단계를 단축할 수 있게 해준다. 일반적인 심전도 검사로는 환자의 50%만을 찾아낼 수 있지만 심자도 측정장치는 97% 이상의 정확도를 보인다. 표준연의 심자도 측정장치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제품보다도 출력신호가 10배 이상 크고, 전체 장치 크기가 3분의 1이어서 어떤 장소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연세의대에 연구용으로 설치해 놓은 장치가 이미 뛰어난 성능을 확인시켜줬다.
표준연구원은 지난 5년 동안 기술이전을 받을 국내 기업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느 한 곳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자금도 문제이지만 미국 식품의약청(에프디에이) 승인이나 유럽공동체마크(시이마크)를 받을 자신이 없어서다. 이런 와중에 한국계 독일인인 이월선·박재운씨 부부가 운영하는 심장관련 의료제품 생산업체 바이오마그네틱파크가 손을 내밀었다.
하연식 표준과학연 기술사업화팀 전문위원은 “20여년 동안 심자도 측정장치 연구에 투여된 재원이 70억원으로 최소 3배 이상의 기술료를 벌어들이게 됐다”며 “더욱이 독일 회사가 제품 생산은 한국에서 하기를 원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국과학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심자도 측정장치. 환자가 평상복을 입은 채로 몇십초 만에 촬영을 할 수 있으면서도 검진 정확도가 높아 차세대 심장질환 진단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