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은 질환 이름이 처음으로 국제학계에 등록됐다.
김종원 성균관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14일 국내에서 청각·시각·말초신경에서 이상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질환을 발견해 이 질환에 ‘시엠티엑스5’(CMTX5)라는 이름을 붙여 국제학계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 이호왕 전 고려대 교수가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 병원체를 ‘한탄바이러스’라고 명명한 적은 있지만, 질환 이름을 국제학계에 등록하기는 처음이다.
김 교수팀은 선천성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 자라면서 진행성 시각장애와 보행장애를 겪고 있는 13살짜리 남자아이의 증상을 관찰하고, 유전자 분석과 가계의 질환 발병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질병이 이제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유전질환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환자의 엑스 성염색체상 특정 부위에 질환 원인 유전자가 위치함을 확인하고 ‘시엠티엑스5’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연구논문은 세계적 임상신경학 저널인 <뉴롤로지> 14일치에 실렸다.
‘시엠티’는 말초신경 질환군인 샤코-마리-투스병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인구 10만명당 17~40명 정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질환이 엑스 성염색체의 열성 유전으로 남자에게만 발병하는 아형이라는 의미로 시엠티엑스5라 이름지었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파킨슨병·루게릭병처럼 새로운 질병에 연구자나 관련인물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인간유전체 연구(게놈프로젝트) 이후에는 유전자 위치에 따라 체계적인 이름을 짓는 것이 국제 관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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