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고려대 의대 이은숙(오른쪽) 교수.
박제균·이은숙 교수팀 개발
극소량 조직이용 종류 판별
검사 시간·비용 크게 줄여
극소량 조직이용 종류 판별
검사 시간·비용 크게 줄여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유방암은 크게 네 유형으로 나뉜다. 암의 종류에 따라 항암치료 요법이 다르기 때문에 생물학적 표지자(바이오마커)로 유형을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은 환자한테서 주사기로 떼어낸 암 조직을 슬라이드에 부착한 뒤 바이오마커별로 항체-항원 반응을 시켜 형태 변화나 염색 정도로 유형을 알아낸다. 각각의 과정에 4시간씩 최소한 16시간이 걸린다. 주사기로 미세한 조직을 떼어내는 생검으로는 한번에 2~3개 정도의 마커만 검색이 가능하다. 환자는 때로 여러 차례 생검을 받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비용도 70만~80만원 든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박제균(사진 왼쪽)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고려대 의대 이은숙(오른쪽) 교수 공동연구팀은 11일 극소량의 유방암 조직으로 네가지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세유체기술을 이용한 면역 조직화학법을 이용해 랩온어칩을 만들었다. 미세유체기술은 유체의 흐름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면역 조직화학법은 특정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 조직 안 단백질(항원)의 존재 유무를 현미경으로 알 수 있는 검사법이다. 랩온어칩은 실리콘이나 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미세채널을 만든 소자로, 여러 물리·화학적 실험이 이뤄지는 ‘칩 위의 실험실’이다. 환자의 암 조직을 붙인 슬라이드 위에 이 칩을 꼭 누르기만 하면 4개 바이오마커별 채널이 형성돼 한꺼번에 암 유형을 판별할 수 있다. 채널별 검사 시간도 단축돼 전체적으로는 기존 방법보다 10분의 1이면 검사가 완료된다. 항체도 훨씬 적은 양이 쓰여 반응시약 비용만 따지면 기존에 비해 20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실제 환자가 내는 비용도 4만~5만원대로 낮춰질 것이라고 이은숙 교수는 추정했다. 연구팀이 유방암 환자 115명의 실제 암 조직을 개발한 칩으로 검사한 결과 기존 검사의 판별과 최대 98% 일치했다. 논문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의 오픈액세스(논문 무료 공개) 학술지인 <플로스 원> 3일치(현지시각)에 게재됐다. 박제균 교수는 “논문 제출 뒤 최대 10개 바이오마커로 20개 채널까지 칩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며 “각종 암의 바이오마커별 판별이 가능해지면 개인별 맞춤형 항암 치료를 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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