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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그래핀 납신다, 실리콘 비켜!

등록 2010-04-27 20:45수정 2010-04-28 10:15

그래핀 기반의 투명 전자소자를 이용한 미래의 전자기기 시연 장면.  홍병희 교수 연구팀 제공
그래핀 기반의 투명 전자소자를 이용한 미래의 전자기기 시연 장면. 홍병희 교수 연구팀 제공
전도율·유연성 뛰어나 미래의 첨단 소재로 각광
실리콘반도체보다 100배 이상 빠르고 강도 탁월
2004년 영국 연구팀이 발견…세계 물리학계 화두
* 그래핀 : 2차원 ‘탄소원자종이’
세계 물리학계 화두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2004년 발견된 탄소원자인데 2차원 평판 구조로, 실리콘을 대체할 꿈의 소재로 여겨진다. 지난 21~24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물리학회 춘계학술대회의 한·중 심포지엄 주제도 그래핀이었다. 올 2월 아이비엠은 그래핀으로 작동하는 100기가헤르츠(㎓) 전자소자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의 세계적 그래핀 연구 성과도 잇따른다. 김상우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누르면 전기가 통하는 피에조압전소자를 개발했으며, 홍병희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30인치짜리 대면적 그래핀의 제작을 보고했다.

물리학계의 그래핀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진다. 지난 3월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도 빅 이슈였고, 이번주에는 미국재료학회의 ‘그래핀위크’가 열리고 있다. 스웨덴 왕립학회는 다음달 말 세계 석학 20명만 초대하는 차세대 나노회의를 연다. 국내에서는 그래핀 전문가인 홍병희 교수와 손영우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가 초대됐다. 6월에는 유럽재료학회가 열리며, 7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반도체물리학회의 주제도 그래핀으로 정해졌다. 8월에는 중국 물리학회 주관으로 한·중 심포지엄이 열리고, 싱가포르에서도 그래핀 국제회의가 마련된다. 국내에서 해마다 가을에 여는 다산국제콘퍼런스의 주제에도 그래핀이 포함될 전망이다. 요즘 물리학계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그래핀을 연구한다고 한다. 그래핀 연구자들 사이에는 “학회 좀 그만하고 연구 좀 하자”는 ‘행복한’ 우스개가 오간다.

■ 왜 그래핀인가?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쉽게 말하면 차세대 소자의 신소재로 각광받았던 탄소나노튜브는 금속성질을 가진 것과 반도체 성질을 가진 것을 골라내는 데 어려움이 있던 반면 그래핀은 자르고 싶으면 자르고 깎고 싶으면 깎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핀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 연구팀이 처음 발견했다. 과학자들이 70년 동안 찾아오던 물질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제작됐다. 연구팀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원자 한 층씩 떼어냈다.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 풀러렌 등과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뤄진 ‘형제 물질’(동소체)이지만, 지름 0.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원소 한 층으로만 이뤄진 ‘얇은 종이’여서 물성이 전혀 다르다. 그래핀이 주목받는 것은 높은 전자 이동도 때문이다. 실리콘 반도체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 강도도 탄소나노튜브 등 어느 나노물질보다 강하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랩처럼 잘 휠 수 있고 투명한데다 열 전도율도 뛰어나 미래의 초소형 장치에 천혜의 물질로 여겨진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안종현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단결정이어야 소자를 만들면 구동률을 100% 가까이 올릴 수 있는데 다결정이 섞여 나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식 교수도 “트랜지스터로 작동하려면 반도체처럼 밴드갭이 있어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 구실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의 컨트롤이 아직 미흡하다”고 했다.

■ 국내 연구 성과 잇따라 그래핀의 국내 연구는 활발하다. 김상우 교수와 최재영 삼성종합기술원 수석연구원 공동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누르거나 당기면 저절로 전기가 생기는 피에조압전소자를 만들어 최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인터넷판에 논문을 게재했다. 피에조는 ‘누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피에조 소자는 그동안 산화 인듐 주석(ITO)이 주로 쓰였으나, 세라믹이라서 잘 깨지는데다 인듐 가격이 오르고 광산이 중국에만 있다는 문제로 학계는 대체물을 찾아왔다. 연구팀은 아이티오 대신 그래핀을 사용했다. 실리콘 기판 위에 그래핀 박막을 만든 뒤 여기에 산화아연 나노로드를 성장시켰다. 그래핀은 탄소로 이뤄졌지만 단원자층이어서 투명도가 90%가 넘는다. 김상우 교수는 “투명하고 유연한 발전소자는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전자 장치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네이처>에 지름 10㎝의 대면적 그래핀 제작을 보고해 주목을 받았던 홍병희 교수 연구팀은 이번에는 30인치짜리를 만들고 이를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곧 주요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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