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트 플러리 박사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의 외국인 연구원이 강철보다 강한 ’액체 금속’을 개발했다.
키스트 신금속재료연구센터의 에릭 플러리(44) 박사 연구팀은 강철보다 강도가 2~3배 강하고 기존 비정질 합금(액체금속)보다 연성이 300% 이상 높은 구리계 합금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플러리 박사는 프랑스 출신의 재료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외국인 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정부출연 연구소인 키스트에 정식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비정질 합금은 원자구조가 고른(결정질) 일반 금속과 달리 액체처럼 불규칙한(비정질) 원자구조를 지닌 합금으로, 표면이 매끄러워 액체금속(리퀴드 메탈)으로 불린다. 비정질 합금은 어느 정도 힘이 가해지면 갑자기 부러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 단점이었는데, 이번 합금은 연성이 높아 잘 부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비정질 합금은 섭씨 400~500도 정도에서는 액체처럼 녹아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어, 휴대전화 케이스나 초소형 정밀부품(멤스) 제조 등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플러리 박사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키스트의 김유찬 박사는 “국내에서 지루코늄계 합금으로 만든 골프채가 시판되고 미국에서는 전차관통 무기로 개발되는 등 비정질 재료의 상용화 범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2010년께면 자동차산업 등을 포함해 1조원 가량의 국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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