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과학자들은 미래의 우주여행을 위해 태양풍이나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새로운 추진체 연구에 나서고 있다. 그림은 수십㎞의 밧줄을 지구 자기장에 드리워 발생시킨 추진력으로 우주선이 비행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우주선 ‘대안연료’ 연구 한창
아폴로 11호를 타고 명왕성까지 우주여행을 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1969년 닐 암스트롱의 달 방문에는 왕복 195시간19분이 걸렸다. 지구와 달과의 거리는 38만4천㎞, 명왕성까지는 59억㎞다. 명왕성까지 가는 데만 171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우주선 속도를 100배로 올린다 해도 연료 문제가 남는다. 현재의 화학연료를 쓰는 로켓은 속도를 높이거나 먼거리를 여행하려면 연료를 실어나르는 데 추진력을 더 많이 쓰게 되기 때문이다. 기술자들 얘기로는 헬리 혜성을 따라가려면 우주선 1t당 100억t의 연료가 필요하다.
“화학연료 로켓 한계 넘자”
‘태양풍’ 받으면 시속 16만km
명왕성 도달 4∼5년으로 단축 ◇ 돛단배로 우주여행=미국과 러시아가 화학연료 추진로켓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의 우주여행을 위해 내놓은 해답 가운데 하나가 ‘햇살돛’(솔라 세일) 추진체다. 러시아 라보츠킨과학제작연구소는 지난 22일 햇살돛 우주선인 ’코스모스 1호’를 이르면 이달 중에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우주선은 코스모스 꽃잎 모양의 너비 15m짜리 날개 8개를 달고 있다. 날개의 총면적은 600㎡로, 종이보다 수십배가 얇은 고분자 필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게가 100㎏인 이 우주선은 노르웨이 배런트해에서 러시아 핵잠수함으로부터 쏘아올려질 예정이다. 햇살돛은 바다 위 범선이 바람을 받아 항해하는 것처럼 태양풍을 이용한다. 태양풍이란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입자들이 일으키는 바람이다. 이 에너지 입자들이 햇살돛에 부닥치면 광자에 의한 압력이 생긴다. 우주선은 처음에는 1초에 1㎜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이지만, 100일쯤 지나면 속도가 시속 16만km까지 가속된다. 과학자들은 기존 방식의 우주선으로 명왕성까지 가려면 9년 정도가 걸리지만 햇살돛을 이용하면 절반 정도로 단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90002%%
햇살돛은 1970년대 미국 국립항공우주국(나사)이 처음 제안했다.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헬리 혜성 탐사를 위해 한변의 길이가 800m짜리 햇살돛을 제안했지만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사의 마셜우주비행센터는 최근 들어 햇살돛 연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나사는 27일(현지시각) 20m짜리 햇살돛의 실체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어서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햇살돛의 시험비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밧줄로도 가요=우주 과학자들은 밧줄(테터)로 추진체를 만드는 또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5~20km짜리 긴 밧줄(전선)을 지구의 자기장 속에 드리우면 밧줄에 전류가 흐른다. 나사는 이 전류를 이용해 인공위성의 궤도를 올리거나, 우주선의 탄두를 달 등에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반물질을 이용한 추진체를 연구하는 팀도 있다. 반물질은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될 때 생기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하면서 에너지로 바뀐다는 가설이 실현되면 아주 적은 양의 반물질로도 다른 태양계에까지 여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추진체 연구는 기술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에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박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항공우주공학)는 “햇살돛의 경우 목성이나 토성 정도 떨어진 행성을 여행할 때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는 태양풍도 약해지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자연보다는 사회적 환경이 햇살돛 연구의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20년 전 100㎾급 핵연료 인공위성 추진체를 만들어 놓고도 국내법과 국제규약에 막혀 쓰지 못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국내법을 고쳐서라도 핵 추진체 사용을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햇살돛 연구는 자칫 핵 선택을 위해 ‘실패할 운명’을 지닌 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태양풍’ 받으면 시속 16만km
명왕성 도달 4∼5년으로 단축 ◇ 돛단배로 우주여행=미국과 러시아가 화학연료 추진로켓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의 우주여행을 위해 내놓은 해답 가운데 하나가 ‘햇살돛’(솔라 세일) 추진체다. 러시아 라보츠킨과학제작연구소는 지난 22일 햇살돛 우주선인 ’코스모스 1호’를 이르면 이달 중에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우주선은 코스모스 꽃잎 모양의 너비 15m짜리 날개 8개를 달고 있다. 날개의 총면적은 600㎡로, 종이보다 수십배가 얇은 고분자 필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게가 100㎏인 이 우주선은 노르웨이 배런트해에서 러시아 핵잠수함으로부터 쏘아올려질 예정이다. 햇살돛은 바다 위 범선이 바람을 받아 항해하는 것처럼 태양풍을 이용한다. 태양풍이란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입자들이 일으키는 바람이다. 이 에너지 입자들이 햇살돛에 부닥치면 광자에 의한 압력이 생긴다. 우주선은 처음에는 1초에 1㎜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이지만, 100일쯤 지나면 속도가 시속 16만km까지 가속된다. 과학자들은 기존 방식의 우주선으로 명왕성까지 가려면 9년 정도가 걸리지만 햇살돛을 이용하면 절반 정도로 단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90002%%
햇살돛은 1970년대 미국 국립항공우주국(나사)이 처음 제안했다.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헬리 혜성 탐사를 위해 한변의 길이가 800m짜리 햇살돛을 제안했지만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사의 마셜우주비행센터는 최근 들어 햇살돛 연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나사는 27일(현지시각) 20m짜리 햇살돛의 실체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어서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햇살돛의 시험비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밧줄로도 가요=우주 과학자들은 밧줄(테터)로 추진체를 만드는 또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5~20km짜리 긴 밧줄(전선)을 지구의 자기장 속에 드리우면 밧줄에 전류가 흐른다. 나사는 이 전류를 이용해 인공위성의 궤도를 올리거나, 우주선의 탄두를 달 등에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반물질을 이용한 추진체를 연구하는 팀도 있다. 반물질은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될 때 생기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하면서 에너지로 바뀐다는 가설이 실현되면 아주 적은 양의 반물질로도 다른 태양계에까지 여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추진체 연구는 기술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에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박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항공우주공학)는 “햇살돛의 경우 목성이나 토성 정도 떨어진 행성을 여행할 때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는 태양풍도 약해지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자연보다는 사회적 환경이 햇살돛 연구의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20년 전 100㎾급 핵연료 인공위성 추진체를 만들어 놓고도 국내법과 국제규약에 막혀 쓰지 못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국내법을 고쳐서라도 핵 추진체 사용을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햇살돛 연구는 자칫 핵 선택을 위해 ‘실패할 운명’을 지닌 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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