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기술

배아는 그저 세포 덩어리? 복제연구 생명 경시 ‘위험’

등록 2005-04-26 18:00수정 2005-04-26 18:00

지난 3월31일에 생명윤리운동협의회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생명윤리법)이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청구인단에는 불임치료를 위해 인공수정을 한 부부가 법정 대리인으로 해서 현재 부산의 한 의료재단에 보관되어 있는 자신들의 2개체의 배아가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왜냐하면 현행 생명윤리법에서는 인간배아를 생명이 아닌 세포덩어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공수정으로 만들어진 배아 중 보존기간이 경과된 나머지 배아에 한해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거나 등록된 기관이 생식기술의 개발을 위해, 또는 대통령령이 정한 희귀·난치병 치료에 인간배아를 생명공학 연구의 도구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낸 배아를 헌법재판소가 청구인으로 인정할지가 주목된다.

생명의 단위는 세포이며 생명의 주체로써 엄연히 생명체다.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세포를 어떤 다른 기준으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특히 이미 배아는 한 생명체의 형성을 담고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배아는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현재 배아복제 기술의 성공률이 아직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대략 확률이 300분의 1 정도로 여성의 평생 생산하는 난자 수를 사용할 때 단지 한 번의 성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생명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된다. 이 수정을 위해 남성은 약 1억~3억개의 정자를 방출하며 긴 여행을 마치고 난자에 도달하는 정자는 수 천개 정도이며 이 중 단 하나만이 난자와 결합한다. 이렇게 힘든 선택과정에 의해 형성된 수정란이기에 매우 소중한 것이며 생명체 형성의 기초가 된다. 누가 수정란을 생명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해마다 대략 150만건 이상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렇듯 생명경시에 빠져 있기 때문에 배아를 세포덩어리로 보는 것은 더욱 위험하게 생각된다. 이러한 논리라면 사람도 세포덩어리라고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이런 생명가치관의 결핍 속에서 인간배아 복제연구를 쉽게 허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생명윤리법에 의거하여 규정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앞으로 새로운 인간의 가치관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사회적 공감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배아복제 연구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관리시스템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하는데 아직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가 염려가 앞선다. 국가들은 현재 생명공학이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인간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의미를 상실하고 생명체는 조작되어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말로 지식인들이 앞장서 신중하게 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야 하겠다.

홍영남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 ynhong@snu.ac.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