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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냉중성자 시설 “우리도 만든다”

등록 2005-04-12 17:08

원자력연구소 2009년 완공
나노·생명공학 등에 필수

최성민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는 지난해 6월 미국의 표준과학연구원(NIST)의 원자로 시설로 ‘청탁 연구’를 하러 다녀왔다.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나노 기공 물질의 기공 크기와 분포 등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최 교수처럼 나노공학(NT)이나 생명공학(BT) 분야에서 물질의 특성과 구조를 연구하는 국내 과학자들은 1년에 한두번씩 외국의 연구용원자로 시설로 ‘청탁’을 하러 떠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나오는 열중성자로는 나노 크기의 물질을 측정할 수 없고, 포항광가속기의 빔으로는 기공의 구조를 정확히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소는 12일 “나노공학과 생명공학 등 첨단 연구를 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2009년 시설이 완공되면 국내 과학자들이 더이상 비싼 비행기삯과 사용료를 내가며 청탁 연구를 하러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냉중성자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열중성자를 영하 250도(절대온도 20K)의 액체 수소로 된 감속재에 통과시켜 차갑게 만든 중성자로, 파장이 열중성자에 비해 길다. 파장이 짧은 열중성자는 원자 규모(1옹스토롱) 물질을 측정하는 데는 적당해 기초학문 연구에 유용하지만, 규모가 큰 나노(10옹스트롱) 물질이나 구조를 측정할 수 없어 실용적이지 못하다. 말하자면 열중성자로는 나무만 볼 수 있고, 숲을 보려면 냉중성자가 필요한 것이다. 또 포항광가속기의 빔(엑스레이)은 같은 밀도의 구조를 관측하기 어렵다. 나무 종류가 다양할 때는 엑스레이로 숲의 구조를 볼 수 있지만, 소나무숲은 냉중성자로 봐야 선명한 모양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냉중성자 연구시설 구축은 뒤늦은 편이다. 최성민 교수는 “냉중성자를 이용한 물성연구는 1960년대 유럽에서 시작됐다”며 “최근 냉중성자 이용 연구 수요가 폭증해 중국·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여러 국가들이 냉중성자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순위 7위인 하나로는 10위권 안에 드는 원자로 가운데 냉중성자 시설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후반 냉중성자 시설 구축이 추진됐으나, 외환위기로 예산이 삭감되면서 일시 중단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하나로에는 1985년 사업 착수 때부터 이미 냉중성자 이용 시설을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고,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사실이다. 원자력연구소의 김영진 박사는 “냉중성자를 연구로에서 40m 떨어진 곳으로 끌고나오는 시설인 냉중성자 유도관을 포함해 모든 장치와 기구들을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할 계획이어서 국내 연구개발 기반을 닦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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