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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나노기술, 인간사회 이익 주지만
‘빅브러더’ 안전기준은 마련돼야”

등록 2007-10-24 20:06수정 2007-10-24 22:07

‘나노기술의 과거, 현재, 미래’을 주제로 좌담 중인 로버트 머튼스 박사, 이조원 단장, 피터 로저스 박사(왼쪽부터).
‘나노기술의 과거, 현재, 미래’을 주제로 좌담 중인 로버트 머튼스 박사, 이조원 단장, 피터 로저스 박사(왼쪽부터).
나노 석학 3인 ‘나노를 말하다’
“나노기술은 인간 사회를 더욱 빠르게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나노 센서들은 ‘빅 브러더’ 같은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나노기술에도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네이처출판그룹의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를 맡고 있는 편집장 피터 로저스 박사와 나노반도체 연구로 유명한 벨기에 아이멕(IMEC)의 부사장 로버트 머튼스 박사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 19일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의 사회로 연 좌담에서 이들 나노 석학들은 “나노기술은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뿐 아니라 에너지·환경 같은 아주 넓은 분야로 확산 중”이라면서도 ‘나노’ 유행어가 남발되고 과장되는 현실은 경계했다.

‘IT·BT 접목 넘어 의학·에너지분야로 확산
‘나노 입자 환경·건강 위협’ 논의 지켜봐야

고온과 진공을 이용해 원자·분자의 반응 속도를 제어하면 자연엔 존재하지 않는 인공 신소재의 여러 나노 구조물들이 형성된다. 사진은 200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인 강대준(38·고체물리학) 박사가 제작해 발표한 꽃·나무·부케 닮은 나노구조물들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나노사이언스센터 제공
고온과 진공을 이용해 원자·분자의 반응 속도를 제어하면 자연엔 존재하지 않는 인공 신소재의 여러 나노 구조물들이 형성된다. 사진은 200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인 강대준(38·고체물리학) 박사가 제작해 발표한 꽃·나무·부케 닮은 나노구조물들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나노사이언스센터 제공
이조원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조작하는) 나노기술은 2000년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국가나노기술계획(NNI)을 발표하면서 정부 기금 지원을 받는 독립 분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노기술은 아주 다양한 분야들이 결합한다는 특징을 지니는데 현재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로저스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기존 정보기술에 나노기술을 접목하는 연구가 발전하고 있으며, 의학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나노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도 그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 2년의 새로운 흐름을 꼽는다면?


로저스 에너지·환경 같이 아주 넓은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료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나노기술이나 초경량의 나노 물질을 만들려는 연구가 에너지의 관점에서 관심을 끈다. 환경 분야에선 더 미세한 여과막을 만들거나 나노 자성물질을 이용해 물속의 녹이나 비소 입자를 걸러내려는 연구도 진행된다.

과학은 한 시대의 사회문화를 바꾸기도 한다. 나노기술은 우리 사회에 어떤 새로운 의식을 가져다주고 있는가?

머튼스 글쎄, 예를 들어 노인의 생활을 돕는 여러 나노 센서들이 개발되면 고령화 사회가 돼도 ‘나이가 들면 으레 누군가에 의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로저스 회사에도 갖가지 나노 센서들이 등장할 것이다. 직원들이 어디에서 무얼 하나 모니터링 하는 게 가능해진다. 나노 센서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전송할 수 있다. 그게 좋은 거냐 아니냐는 다른 쟁점인데 아무튼 그런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빅 브러더’ 같은 사회가 올 수도 있다.

나노 연구자로서 그런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나?

로저스 과학자와 공학자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고,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건 그들의 역할이 아니지 않은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결과적으론 과학기술이 인간 사회에 불이익보다는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리라 생각한다.

나노기술은 자연에 없는 물질을 창조하고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능력을 지닌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대중적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저스 나노기술이 처음 퍼지기 시작했을 때 그런 식의 생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과학자나 공학자도 우리가 물질을 ‘창조’한다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대중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의 분위기가 그렇다. 몇 년 전에 자기 복제를 하는 나노로봇(나노봇)을 다룬 공상과학 소설이 유행해 찰스 황태자도 처음엔 그런 (공상적)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청소년은 공상과학을 즐기며 과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나중엔 ‘진짜 과학’을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선 공상과학이 좋은 일이다.

머튼스 자기복제하는 나노로봇 얘기는 확실히 공상과학이다. 나노기술이 원자와 분자를 조작하기는 하지만 복제는 없다. 생명공학에선 디엔에이에 담긴 프로그램에 따라 자기복제를 한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나노기술에서 원자를 하나씩 움직여 그런 자기복제를 만드는 게 가능하겠는가?

나노 입자들이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도 국제사회와 과학계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로저스 그런 문제들이 여러 나라에서 제기되고 또 인식되고 있다. 이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부작용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결론이 나온 건 없다. 더 지켜봐야 한다.

머튼스 기술이 발달하면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생기기 마련이다. 나노기술에도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나노’는 유행어가 됐다. 갖가지 상품들에도 ‘나노’라는 이름이 붙고 있다.

로저스 1년 전쯤에 독일에서도 ‘나노 매직’이라는 제품이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위생 제품인데 호흡 장애를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나노기술과는 관련이 없는 제품이었다. 우려스런 현실이다.

한국의 나노기술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머튼스 한국은 반도체 기술 강국이기에 나노기술에서도 기본적으로 강하다. 삼성은 60~40나노미터 수준까지는 강하겠지만 그걸 넘는 수준으로 나아가면 기존 방식의 기술로는 더 발전하기 힘들 거다. 완전히 새로운 ‘상향식’ 나노기술에서 삼성은 아직 강하지 않다.

정리·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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