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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19단 외우기식 암기교육 ‘그만’

등록 2005-03-29 17:14수정 2005-03-29 17:14

과학교육 창의적 내용 개발을…

최근 한국의 뛰어난 과학자 한 분이 안식년 기간에 미국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전해들었다. 그 분의 아이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아주 잘해 처음에는 교내에서 ‘영재’로 대우받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교내 과학 프로젝트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학생과 부모가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이 자기만의 창의성이 없이 이미 널리 알려진 지식에다 문제를 도출하고 푸는 방식을 그대로 대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누누이 지적됐던 암기 위주 한국 교육의 맹점이다.

한국 기업·사회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지금까지는 짧은 기간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과 사회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의 전환? 어떻게?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여러 최고경영자들이 제시하는 방안은 ‘창의성 있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이다. 그래서 암기 위주의 교육에 매달려온 우리한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가 모이고 흩어지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융합과학이 학교와 가정에서, 그리고 기업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 방안으로 마련돼야 한다.

창의성을 보여주는 수학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동프로이센의 프레골랴 강가에 위치한 쾨니히스베르크의 주민은 섬 두 곳과 육지가 7개의 다리로 이어진 강둑을 산책할 때에 모든 다리를 딱 한번씩만 건너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산책로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는 못하고 있을 때에 당시 유명한 수학자 오일러는 이 수수께끼 같은 문제가 다리를 이루는 연결망이 핵심임을 간파하고 이것을 4개의 점(강둑과 두 섬)과 선으로 연결해 그 유명한 ‘한 붓 그리기’의 문제로 단순화해 그런 산책로는 불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렇게 개념화하는 과정은 수학의 핵심 요소로서 결국에 오늘날의 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그래프 이론’과 ‘위상수학’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휴가 기간에 가족이 승용차로 같은 길은 두 번 이상 가지 않고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오는 일이 가능할까. 이 문제는 수학의 문제만이 아니다. 관광과 가정경제 등과 연결돼 있지만 사실은 바로 이런 문제를 풀다보면 전자공학·생명공학에 크게 기여하는 ‘그래프 이론’이 나온다. 그래프 이론에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미해결의 문제가 여럿 있다.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꿈을 품고, 만일 그것이 풀린다면 수학뿐만 아니라 지식경영과 반도체공학, 생명공학, 보안기술 등에 큰 변화를 끼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동기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여러 분야들이 모이는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너무도 적었다. ‘19단 외우기’와 같은 암기 활동은 이제 그만 말하고 청소년 교육을 책임지는 초·중·고 교사들이 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나서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과학의 ‘내용’을 개발해 사이버 공간에 올려놓자. 정부도 이런 교육내용 개발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혜숙 이화여대 교수·와이즈거점센터장 hsllee@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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