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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이식 안전성 사회문제로 연결” 난치병 극복·생명연장 기대속
면역거부·새 병원체 감염우려
이식자 차별·동물학대도 문제
인간 정체성 혼란 이어질수도 동물의 심장·간·콩팥 등을 난치병 환자한테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기술은 생명윤리에 앞서 사회적 안전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종장기 시대가 의료·산업·스포츠 등 우리사회의 생활과 문화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국내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도 제시됐다. 과학기술부 복제적용기반연구사업(과제책임 이경광 박사)의 지원으로 15일 서울 정동 배재빌딩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바이오 장기의 현황과 윤리·사회적 함의’ 주제의 세미나(연구책임 정규원 한양대 교수·법학)에서 발표자들은 대체로 ‘이식용 장기가 갈수록 부족해 이종장기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면역거부 반응과 새로운 병원체의 감염 등 안전문제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병원체 등 안전문제 심각”= 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는 그동안 이룬 이종장기 연구 결과들을 살펴볼 때 무엇보다 사람몸에 이식된 동물 장기가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변형 병원체의 감염 문제가 가장 크게 우려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동물한테는 해가 없는 바이러스도 사람몸에 들어오면 변형을 일으켜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장기이식용 돼지를 무균상태에서 기른다 해도 사람이 알지 못하는 병원체는 제거할 수 없다는 안전성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1997년 제거할 수 없는 내인성 ‘레트로’ 바이러스가 무균 돼지에서도 발견돼 사람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종이식의 안전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또 돼지 장기가 사람몸에 이식되면 매우 짧은 시간에 장기 기능이 마비되는 ‘초급성’ 면역거부 반응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이 교수는 더욱이 이런 새로운 병원체는 장기이식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종이식 기술은 동물 장기를 이식받는 환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의 문제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종이식이 어느 정도 상용화하면, 일부 나라는 이를 금지하고 다른 나라는 허용할 경우에 ‘이종이식 관광’이 성행해 이종장기 이식자의 출·입국이 국제적 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안전성을 확인하는 선행연구들이 더욱 강조되며, 자유로운 과학 연구는 이런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생명연장…불평등…새로운 인간 정체성”= 이종이식 시대는 새로운 사회 현상들을 낳을 전망이다. 정대연 제주대 교수(사회학)가 과학자·교수·의사·종교인·언론인 등 관련 전문가 50명한테 심층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종이식은 생명 연장, 환자 인권의 신장 등 긍정의 구실과 더불어 인간 정체성의 혼란, 장기이식의 빈부격차 등 부정의 영향을 낳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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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바이오 장기의 현황과 윤리·사회적 함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무균 복제돼지’의 국내 개발 현황에 대한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종이식이 우리사회에 던져줄 생명연장의 혜택과 안전·윤리의 문제를 토론했다. 정규원 교수 연구실 응답자들은 이종장기 이식이 난치병 치료의 한계를 극복해 생명을 연장하며 동물과 인간의 공존 사상이 커지고, 의료·생물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에 이들은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돌연변이의 출현, 이종장기 이식자의 사회적 차별, 동물 학대, 장기이식의 불평등 등의 문제를 우려했다. 응답자들은 이종장기 시대가 의약산업은 물론이고 세계경제와 스포츠, 축산업, 보험업, 문화예술 등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인간 정체성’에 대한 윤리·철학의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임미원 한양대 교수(법학)는 “이종이식이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느냐의 문제는 피이식자 개인의 인간 존엄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옮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면역거부 해결되면 조기 상용화 가능”=정명진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갈수록 늘지만 장기는 크게 부족해 값싸게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동물 장기의 기술 개발과 산업화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04년 1만3100명으로, 지난 2000년 7022명에서 크게 늘었다. 그는 “돼지 장기를 실험용 원숭이에 이식해 생존하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는데, 이 실험에서 실험동물이 여섯달 이상 생존할 수 있다면 임상시험을 사람한테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제품의 개발은 보통 10~15년에다 8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므로 이종장기 개발에 풍부한 자금의 공급, 연구자와 기업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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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이식이란?
심장·간·콩팥 등 동물의 장기를 난치병 환자한테 이식하는 것을 주로 말한다. 처음엔 원숭이 등 영장류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려는 연구가 진행됐으나 안전·윤리와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지금은 사실상 중단되고, 요즘엔 돼지 장기를 활용하려는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이종간 면역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돼지의 면역거부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인간 유전자를 집어넣은 복제돼지를 만들어 거부 반응을 낮추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에선 황우석 교수 연구팀을 중심으로 인간 유전자를 집어넣은 복제돼지를 무균상태에서 길러 이식용 장기를 얻으려는 ‘무균 복제돼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에선 이종간의 면역거부 반응을 없애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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